만 17세 최연소 라리가 데뷔 이강인… 이승우·백승호·정우영과 ‘2020년 도쿄’ 도전 기대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01-13 14:45 수정일 2019-01-13 15:08 발행일 2019-01-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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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 - ( Valencia CF VS Rea...
만 17세 이강인이 13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처음 밟음으로써 한국 축구 역사상 ‘빅 리그 진출’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만 17세에 불과한 ‘슛돌이’ 이강인이 드디어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밟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해외 빅 리그 진출에 최연소 기록이다.

이강인은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바야돌리드와의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경기 종료 직전 후반 42분에 데니스 체리셰프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정작 경기에 뛴 시간은 정규시간 3분과 추가시간 4분을 더해봐야 7분 안팎에 그쳤다. 공격 포인트를 따낼 시간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 고대해 왔던 빅 리그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날 “2001년 2월 19일생인 이강인이 만 17세 327일의 나이로 발렌시아 팀 역사상 최연소로 리그 데뷔전을 치른 외국인 선수가 됐다”고 얼리 알렸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국왕컵 32강전에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 유럽 프로축구 공식경기 데뷔를 세우며 출전했던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강인은 이날 경기 후 “구단에 감사한다. 오늘은 자랑스럽고 특별한 날”이라며 데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홈 경기장인 메스타야에서 경기 내내 응원해준 많은 홈 팬 앞에서 뛸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한국 팬들이 많이 관람을 와 경기를 지켜보았던 것에 관해 “코치진이 말해줘서 그 때야 알았다. 너무 고맙다.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경기장에 나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승부는 1대 1로 끝났다. 이강인은 “좋은 경기였지만, 우리가 이길만 한 경기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는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계속적인 출전 희망을 비추며 은근히 코치진을 압박했다.

이강인의 이날 출전 기록은 유럽 5대 리그에서도 최연소 기록이다. 이전까지 최연소 기록은 지난 2009년 프랑스 리그앙 발랑시엔에서 뛴 남태희로, 당시 만18세 36일이었다.

이강인은 이제 한국 선수 최연소 유럽 5대 리그 득점에 도전장을 던진다. 꾸준히 출장기회를 가져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날 데뷔전을 시작으로 큰 기대를 낳고 있다. 현재까지 최연소 득점 기록은 토트넘의 손흥민이 갖고 있는 만 18세 114일이다. 손흥민은 2010년 10월 30일 리그 데뷔전에서 첫 골을 넣어 스타 탄생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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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홈 경기에서 후반 스페인 리그 데뷔 직전의 이강인.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강인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연합뉴스.

이강인도 손흥민처럼 이강인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스타 후보로 손색이 없다. 2001년 2월 19일 생인 이강인은 만 6세였던 2007년에 ‘날아라 슛돌이’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 축구 영재로 일찌감치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2011년 만10세에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했다. 특유의 축구 재능과 남 다른 노력 덕분에 그는 발렌시아 유스 과정을 월반하는 등 그가 국내 최연소 빅리그 데뷔 기록을 세울 것으로 누구나 의심치 않았을 정도로 빠르고 무섭게 성장했다.

발렌시아 관계자들이나 축구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인정하는 이강인의 강점은 정확한 킥,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템포조절 능력이다. 어려서 부터 매스컴에 노출 되었던 덕분인 듯, 왠만하면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축구 센스 면에선 오히려 자신보다 바로 윗 선배인 이승우를 뛰어 넘는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팀이 얼마나 이강인을 높게 평가하는 지는 그의 이적료에 그대로 드러난다. 발렌시아는 지난해 7월 이강인과 2022년까지 재계약했다. 당시 팀은 8000만 유로(약 1029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포함했다. 이강인을 다른 팀에서 데려가려면 최소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해야 데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프로 데뷔도 안 한 인강인에게 이런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강인을 팀 보호 대상자로 품고 있다는 얘기다.

이강인의 성장 만큼이나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반가운 것은 이강민 뿐만아니라 앞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갈 에이스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일본에서 열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황금 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1999년생인 정우영이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선수로 자라고 있고 그 보다 한 두 살 더 많은 1997년생 백승호(지로나)와 1998년생 이승우(베로나)가 공격 라인의 핵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