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피로스의 승리

브릿지경제 기자
입력일 2018-12-17 14:48 수정일 2018-12-17 14:48 발행일 2018-12-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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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79년. 아스쿨롬이라는 지역에서 그리스왕인 피로스가 로마군과 맞섰다. 격전 끝에 피로스의 군대는 ‘막강’ 로마군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병력의 3분의 1 이상이 희생된 혈전이었다. 승리의 감격이 컸지만 승전의 후유증은 더욱 심했다. 그리스 군대는 이후 급격히 전력이 약화되었고, 전열을 정비한 로마군은 이어진 전투에서 그리스군을 계속 밀어 부쳐 연패로 몰아 넣었다. 결국 피로스왕은 전투 끝에 사망했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리스 제국은 붕괴됐다.

패전이나 다름없는 많은 희생을 지불한 승리. 후대인들은 이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말한다. 이겼지만 결국 패배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비싼 대가를 치른 승리를 뜻한다.

현대 경영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나 소비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으로도 해석된다. ‘승자의 저주’와도 일맥상통한다. 비즈니스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승자로서 누려야 할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도태되거나 퇴출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이겨도 효율적으로 이겨야 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