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암환자가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한재복 느루요양병원 원장
입력일 2018-12-18 07:00 수정일 2018-12-18 07:00 발행일 2018-12-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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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복 느루요양병원 원장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다수에 의해 진리로 믿어왔던 정설이 소수 의견에 의해 뒤집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의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과학적 진리는 그저 당대의 주류 학설일 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의 지식일 뿐이다. 하나의 예로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에 관한 논쟁을 들 수 있는데, 우리는 여태까지 미토콘드리아는 엄마로부터만 물려받는다고 학교에서 배웠지만 최근 아빠로부터도 일부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소수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까지도 주류 종양학자들에 의해 핵의 DNA 돌연변이에 의해 암이 발생한다고 믿어왔지만 최근에는 암의 발생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비주류 학설을 포함해서 암과 미토콘드리아의 관계가 주목 받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 기관이다. 그 수가 줄어들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에너지 생산에 차질이 생기므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무기력증과 피로가 발생하는 이유도 항암제에 의해 적혈구의 생산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 특히 근육과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회복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첫 번째로 권장하는 것은 운동이다. 운동은 근육의 미토콘드리아를 회복시키고 신경의 재생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 자고 고루 먹고 적절히 운동하라는 권고를 뻔한 소리로 여기는 분들이 “뭐 먹어서 좋을 만한 건 없습니까?”라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항상 “홍삼 드세요”다. 그러면 대부분 깜짝 놀라면서 “암환자가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인삼은 암을 키우기 때문에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고 하던데”라며 정색한다.

2012년 미국임상암학회 연례회의에서 인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항암치료로 인한 피로가 현저히 개선된다는 메이요클리닉 암 센터의 임상시험결과가 발표된 이후 미국에서는 암환자에게 인삼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일본에선 오래 전부터 암환자들에겐 인삼 들어간 한방약이 기본으로 투여된다는 것을 동경의대 한방진료부 교수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얼마 전 강연 차 방문한 독일의 괴팅겐의대 소화기암연구소에서는 췌장암에 인삼이 군약인 사군자탕, 십전대보탕의 효능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암환자들에게 집에서 달여먹도록 한약을 처방하는 의사도 보았다. 이외에도 항암효과, 미토콘드리아 기능회복효과 등이 보고되며 인삼이 암 치료에 유리하다는 것은 전세계 과학계에서 이견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인삼의 종주국인 한국에서만 유독이 해롭다고 한다. 이 칼럼 때문에 나는 또 돌팔이 취급을 당할 것이 뻔하다.

한재복 느루요양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