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이태양·문우람의 실명 공개로 '진흙탕 스캔들' 비화 조짐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8-12-10 15:27 수정일 2018-12-10 15:32 발행일 2018-12-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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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이태양·문우람<YONHAP NO-2191>
승부조작 혐의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태양(왼쪽)과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2년 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5)과 전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26)이 자신들 외에도 승부 조작 한 선수가 더 있다며 실명까지 공개하고 나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90쪽 분량의 변호인 의견서와 녹취록, 브로커 최모씨의 증인신문조서를 근거 자료로 내놓으며 문우람의 결백을 주장했다. 문우람은 지난 2016년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는데 이날 기자회견은 문우람의 결백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스포츠 에이전시 설립을 준비 중이라는 브로커 조모씨가 문우람에게 처음 접근해 프로 입단 동기인 이태양을 소개받았고, 문우람이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먼저 승부 조작을 제의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 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브로커 조모씨가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하면서 “A, B, C, D, E 이런 선수들도 다 (승부조작을) 한다. 이태양은 조모 씨가 “C의 경우 자기가 직접 토토해서 직접 베팅까지 한다”고 회유한 내용까지 폭로했다. 실제로 투수인 모 선수가 원 바운드 볼을 던지는 등의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아무도 승부조직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회유했다고 이태양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선수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양의 진술은 브로커 조모씨가 이태양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아직 확실치 않다. 조모씨가 조사 과정에서 밝혔다는 선수들 이름과 이태양이 이날 공개한 선수 이름이 일치하기는 하지만 실제 승부 조작 가담 여부는 검찰 조사 결과에서도 확실치 않았다. 이태양은 이날 심지어 “검찰에게 속았다”는 말까지 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상무 소속이었던 문우람은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한 혐의로 군사법원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문우람은 전역 후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는 심리 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태양은 이와 관련해 “브로커와 나, 문우람이 2015년 5월 22일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창원지검은 우리를 승부 조작에 공모한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조사에서 해당 검사는 문우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나에게 돈이 전달됐다고 허위 사실을 얘기했으며 그 거짓말에 넘어가 문우람도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면서 “이는 사실이 아니며 내가 검사에게 속았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검찰이 문우람의 통장까지 모두 조회했으나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검사가 자신을 속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잘못으로 우람이가 누명을 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우람이가 반드시 재심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우람 역시 “야구를 못한다 하더라도 제 진실만큼은 꼭 밝히고 싶다”며 “저에게 씌워진 승부 조작 브로커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울먹였다.

문제는 이 승부 조작 건으로 KBO리그에서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태양(25)이 문우람(26)의 결백을 증명한다면서 다른 선수들의 실명을 거명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거명한 선수들은 하나 같이 펄쩍 뛰며 결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조사받을 것이 있으면 당당히 받겠지만 이름이 알려지면서 부당하게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로 낙인찍힐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이들은 이태양과 문우람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이유로 애꿎은 선수들까지 끌어들여 ‘물귀신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한 숨을 내쉰다. 야구계 인사들도 프로야구의 인기가 한껏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2년 전 승부조작 건으로 찬 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칫 2년 전 승부조작 사건이 2년 후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