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암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

곽상준 느루요양병원 진료원장
입력일 2018-11-20 07:00 수정일 2018-11-20 07:00 발행일 2018-11-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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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 느루요양병원 진료원장

암은 무찔러야 할 대상일까? 아니면 다스려야 할 대상일까? 현대의학의 표준 항암치료라고 할 수 있는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는 암을 우리 몸에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왔다. 우리나라 암 치료 성적도 여타 선진국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암 치료 성과를 살펴보면 의문이 생기는 점이 있다. 암의 조기 진단율이 늘어나는 만큼 치료 성적도 올라간다. 재발이나 전이가 되어 진행된 암은 아직도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 암 치료 결과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치료방법의 발달보다는 정기검진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덕분일 가능성이 있다.

암은 성장하면서 분열증식이 왕성한 세포와 살아남는 것에 특화된 줄기세포 등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는 항암제가 잘 듣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줄기세포는 천천히 자라지만 항암제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살아남아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다시 증식해서 재발의 단초가 된다.

암 줄기세포의 존재는 무조건 공격만 하는 치료가 아니라 암을 다스리는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경쟁 관계에 있던 주변 암세포들이 항암치료로 제거되면 살아남은 암 줄기세포는 더 쉽게 영양분을 얻을 수 있어 급격히 다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암은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침범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 세포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은 정상 세포와 거의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암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정상적인 세포들의 운명을 거부한 세포이기 때문에 태생은 같아도 행동방식이 다른 점이 있다. 이 점을 이용하면 우리 몸에는 해를 주지 않으면서 암은 억제할 수 있다.

암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는 표준 항암치료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서 효과적인 방법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독성이 적고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기존의 표준 항암치료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환자에게 끼치는 해는 적지만 암을 자극하고 키울 수 있는 몸속 환경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들이 있다.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있으려면 몸속 생태계를 암이 장악하기 전에 암이 공존하거나 물러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러 암 치료단계마다 잔존 암이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곽상준 느루요양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