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버큰헤드 정신(Birkenhead spirit)

브릿지경제 기자
입력일 2018-11-14 15:35 수정일 2018-11-14 15:36 발행일 2018-1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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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세튼 대령(1814~1852)은 영국 해군사상 최초의 철선 가운데 하나인 ‘버큰헤드호’의 함장이었다. 남아프리카 코사 부족과의 전쟁에 참여할 병력 472명과 가족 162명을 싣고 영국 포츠머스항을 출발해 항해하던 버큰헤드호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근처에서 암초에 좌초될 위기를 맞게 된다. 1852년 2월 26일 새벽이었다. 구명보트는 달랑 3정 뿐이고 정원은 60명에 불과했다. 고작 180명만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 세튼 대령이 주저 않고 내린 명령은 “여자와 어린아이 먼저”였다. 병사들은 가족을 실은 구명보트가 멀어질 때까지 갑판에서 모두 부동자세로 도열했다. 배가 침몰할 때까지. 함정이 침몰한 후 간신히 널판지 등에 의지해 살아난 병사들은 극소수였다. 세튼 대령은 그 생명줄마저도 신참 병사들에게 양보했다. 이런 희생 정신이 영국의 사회규범이 되었고 곧 직업윤리로까지 자리잡게 된다. 영국이 젠틀맨의 나라가 된 이유이자, 여성과 아이들을 가장 먼저 구하는 재난 구조원칙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