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판매부진 르노삼성, 올해 완성차 유일 ‘임단협’ 해 넘기나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11-04 16:20 수정일 2018-11-04 16:20 발행일 2018-11-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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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6 생산 현장_1
르노삼성 부산공장 조립라인에서 근로자가 SM6를 생산하고 있다.(르노삼성 제공)

올해 판매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르노삼성이 임단협 협상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데다가 이번 달 새로운 집행부 선거마저 치러져 12월 초에나 새로운 임단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올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임단협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판매 부진 등으로 악화된 노사 관계에 더 깊은 갈등의 골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가량 임단협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추가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4년 만에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 이라는 기록이 깨지고 말았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0만667원 및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및 격려금 250% 지급 등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했다.

사측은 올해 원·엔 환율 변동 및 신차 배정문제가 얽힌 상황에서 노조가 제시한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협약에 따라 2014년 미국 수출용 ‘로그’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원화 강세가 지속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일본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자칫하면 이 물량을 일본에 뺏기거나 내년 이후부터는 아예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사측은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2019년 9월까지 새로운 생산 모델을 배정받거나 그에 부응하는 경영실적을 기록하기 전까지 최대한 임단협을 유리하게 치를 방침이다. 자칫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로그 대체 물량 배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노조는 사측의 우려가 ‘기우’라며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로그 대체 모델 등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교섭 현장으로 끌어들이면서 노조를 압박하려는 꼼수”라며 “3년간 노조가 양보해 무분규 타결을 한 만큼 올해 교섭에서는 회사가 노조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화 강세로 국내 수출 물량의 경쟁력이 급감했고, 판매 악화 등으로 악재가 겹친 상태”라며 “노조가 3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합의해준 것은 인정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노조도 위기를 함께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 임단협은 새 노조가 출범하는 12월 1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모두 경영이 악화되는 만큼 임단협을 조기 타결 하도록 상생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견해가 워낙 심해 연내 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