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위기의 한국 자동차 산업, 해법은 없나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10-25 15:33 수정일 2018-10-25 17:20 발행일 2018-10-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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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가 실적악화로 인한 ‘완성차-협력사’ 동반 침체의 늪에 빠졌다.사진은 지난 3월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연합)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실적악화로 인한 ‘완성차-협력사’ 동반 침체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무역전쟁, 원활러 환율 하락, 고정비 증가, 판매악화 등으로 인한 영업이익 하락은 물론 노사갈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완성차 업체에 이어 협력사까지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협력사와 부품사 등은 실제 줄도산을 겪으며 정부에 유동성지원을 요청하는 등 ‘재앙’에 가까운 위협을 맞닥뜨리고 있다.

역대 최대 판매량 및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마저 원달러 환율 및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신차 영업비 증가 등으로 전년대비 3분기 영업이익이 76.0%나 감소하는 등 진퇴양난에 처한 형국이다. 현대차가 이렇다 보니 철수설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지엠과 판매부진의 늪에 빠져 5대 완성차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까지 완성차 업계 곳곳에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실적악화는 협력업체와 부품사들에게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줄도산을 우려한 부품사들이 정부에 3조원이 넘는 유동성 지원을 호소했고, 급기야 정부가 부족하나마 1조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개시하며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공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0% 줄어든 수치다. 매출 24조4337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1.0% 증가한 것과 별개로 수익성은 떨어졌다. 실적부진과 관련해 현대차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무역 갈등 우려, 원달러 환율 하락,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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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비단 현대차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모든 업체와 협력업체, 부품사 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줄도산을 우려한 자동차 부품사가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해 정부가 가까스로 자동차 부품업체에 신보와 기보 우대 보증을 통해 1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연내에 15조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촉진하기로 하는 등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법인분리로 ‘제2의 한국철수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지엠과 판매악화 등으로 올해 완성차 업계에선 유일하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 등등, 언제든 유동성 위기에 따른 협력업체의 줄도산 위기로 이어질 악재가 산재해 있다. 정부와 업계, 지원기관 모두 촉각을 세우며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국지엠의 경우 법인분리에 반발하는 노조와 산업은행이 각각 ‘연차파업’과 법적소송 등으로 GM과 한국지엠 사측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와 산은의 우려는 모두 오해라며, 오는 29일 국정감사에 카허 카젬 사장이 직접 출석해 법인분리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은 임단협 교섭이 난관이다. 노사가 기본급 인상액 등 임금성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난달 14일 16차 본교섭을 마지막으로 교섭이 결렬됐고, 결국 노조가 지난 4일 부분파업을 강행하며 노사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체제로 돌입하며,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0여 협력사가 적자로 도산하는 등 1998년 위환 위기 이후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며 “업황부진과 인건비상승, 무역전쟁 등으로 악순환이 지속되는 위협이 큰 만큼 정부와 지원기관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