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한국지엠 사태, 법인분리 두고 GM vs 정부·노조 마찰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10-15 13:18 수정일 2018-10-15 13:40 발행일 2018-10-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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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조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달 20일 서울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 법인분리 규탄’을 알리는 시위를 하고 있다.(한국지엠 노조 제공)

법인분리를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지엠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GM의 한국 철수설 논란이 사그라든지 채 반년도 안돼 다시 ‘제2의 철수설’에 휘말리고 있다. 노조는 파업 쟁의를 통해 사측의 법인분리를 막아서겠다는 방침이고, 사측은 “법인분리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제2의 철수설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에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노조 편에 서면서 GM에 맞서 정부와 노조가 모처럼 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15~16일 이틀간 노조원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측의 법인분리에 반대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를 위해 노조는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완료했다. 파업 찬성이 나올 경우 노조는 오는 22일께 중노위의 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이처럼 파업 쟁의를 벌이는 것은 GM의 지시에 따라 법인분리를 진행하는 사측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 7월부터 R&D센터와 생산공장을 분리하는 법인분리를 추진해 왔다. 노조는 법인분리가 국내 생산공장을 자유롭게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최종 처분하기 위한 선행조치라는 주장이다. 사측은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R&D 부문을 생산공장에서 분리하는 ‘지엠테크니컬센터’를 신설하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의, 오는 19일 임시주총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특히 노조 측은 회사가 R&D 부문으로 분리될 경우 향후 R&D부문 근로자들은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사측이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한국지엠 제공)

임현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GM의 법인분리는 우리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GM이 회사를 분할할 경우 언제든지 분할매각 또는 분리해 먹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GM이 지난해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PSA에 매각한 오펠을 예로 들고 있다. PSA는 매각 이전에 오펠의 R&D 센터를 적극 활용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이후 매각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오펠사의 고용승계가 논란으로 불거진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 임단협을 하며 이미 3500억원 상당의 구조조정으로 많은 것을 양보한 상황”이라며 “사측이 추후 경영상 이유를 들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이를 제지할 법적인 장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조치에 대해 정부 측 입장인 산업은행 측도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산은 측은 “17.02%의 소수 지분이지만 8100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미 GM에게서 한국지엠의 지분매각을 거부하는 ‘비토권’을 얻었다”며 “법인분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한국지엠과 GM에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자료 등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산은 측도 법인분리를 위해 최근 한국지엠이 진행한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오는 19일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주주총회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내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급기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법인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비토권 행사도 벼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와 산은 측이 법인분리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경영활성화를 위해 취하는 절차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