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죽음의 질’ 순위

브릿지경제 기자
입력일 2018-10-03 14:21 수정일 2018-10-23 13:13 발행일 2018-10-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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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에 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영국이 1위였고 한국은 32위로 바닥권이었다. 이런 결과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CT나 MRI 같은 고가 의료장비를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이 사용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항암제 사용이 과다하다는 점이었다. 반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크게 지적을 받았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 사전에 세심하게 관찰하고 치료하는 것이 왜 문제냐, 생명 연장을 위해 항암제를 투여하고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며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죽음’을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죽기 바로 직전까지도 환자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치료에 매달린다. 반면 선진국에선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빨리 죽음을 알리고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선 환자를 엄청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의료진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을 대하는 문화·정서적 차이가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