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화점 아웃렛 17개월 만에 '백기'

양승현 기자
입력일 2018-08-16 15:13 수정일 2018-08-16 15:15 발행일 2018-08-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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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아웃렛 동대구점’이 오는 26일 문을 닫고 그 자리에 현대백화점이 둥지를 튼다.

대구의 대표적 토종 유통업체인 대구백화점이 지난해 4월 아웃렛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17개월 만이다.

대구백화점은 지난달 현대백화점과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있는 대백아웃렛 동대구점(지하 6층∼지상 8층)을 일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건물은 연면적 7만1934㎡(2만1760평), 영업면적 2만8519㎡(8627평, 지상 1∼8층) 규모로, 지하 1층부터 지하 6층까지 711대가 주차할 수 있다.

임차 기간은 10년이며 추후 연장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부공사를 한 뒤 다음 달 이 건물에 도심형 아웃렛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대구백화점이 서둘러 사업확장을 추진하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공통된 분석을 내놓았다.

대구백화점은 2015년 신천동 옛 귀빈예식장 자리에 계열사로 편입한 인성C&S가 짓던 건물에 지난해 4월 대백아웃렛을 오픈하면서 아웃렛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구에 진출한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 유통 빅3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 당시 현지업계의 평가였다.

그러나 오픈을 앞두고 상품기획(MD)부터 벽에 부딪혔다.

타임, 마인 등 한섬 브랜드 20여개가 밀집한 한섬관과 빈폴종합관을 1층에 배치, 큰 주목을 받았지만 다른 층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입점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3’ 대형백화점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었고 유명 브랜드들도 대백아울렛에 점포를 내는 것을 꺼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남·여성 패션, 스포츠 의류 등에서 고객들의 발길을 끌 만한 브랜드가 아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위주로 공간을 채우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데다 대구백화점 내부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부담이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사업도 어려운 마당에 아웃렛 사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룹 차원에서 아웃렛이 커다란 ‘짐’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며 “차라리 현대에 건물을 임차하는 것이 잘됐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대백아웃렛은 지난달 영업종료를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아웃렛 포인트카드 등 종료되는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측은 앞으로 주력사업인 백화점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으로 한 관계자는 “건물 임차로 재무 부분에서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직원들이 힘을 모아 백화점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대구 = 송지나 기자 sjna111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