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공작' 속 남북이 나눈 호연지기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8-08-06 15:01 수정일 2018-08-07 10:01 발행일 2018-08-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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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가 흥미롭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북통일이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79.6%나 나왔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장기적으로 남북한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존재했던 안기부 스파이에 대한 내용이다.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엮은 서사가 140분간 펼쳐진다. 1990년대를 살아온 관객들이라면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놀랄지 모른다.

영화에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하는 특정 당이 나온다. 서해 5도에 직접적인 공격을 해주면 미화 얼마를 준다는 식의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오죽하면 영화 클라이막스에 김정일의 대사는 이렇다. “한 동포니까 돕는거지,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때만 되면 미사일 쏴달라 뭐해달라 하니까.” 뉴스를 도배했던 각종 사건들의 숨겨진 진실이 영화로 전달되는 순간이다.

북한이 한창 핵을 개발할 때 대의를 위해 희생됐던 민간인들은 수백만명에 달한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 죽어나간 생명들과 자본주의의 평화로움에 취해 우둔한 정치인들을 간과한 우리나라 국민들 중 누가 더 미개한 걸까.

영화 속 흑금성으로 나오는 황정민은 북한 실세 1호인 이성민과 이념은 달라도 ‘한민족으로서의 상생’을 결의한다. 흥행을 떠나서 최근 훈풍을 맞고 있는 남북해빙 모드에 정점을 찍을 의미심장한 영화인 셈이다. 장기적으로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통일’. 극 중 황정민에게 이성민은 ‘호연지기’라 새겨진 넥타이핀을 선물로 건넨다. 흔들리지 않는 바른 마음에서 나오는 용기가 어떤 세상을 맞을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