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업 향하는 조선 노조, 텅 빈 도크를 보라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8-07-16 16:06 수정일 2018-07-16 16:06 발행일 2018-07-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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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올해도 조선업계 노사가 구조조정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어김없이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3일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상경집회를 진행한 후 양재동 현대차 사옥의 금속노조 총집회에도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5년 연속 파업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되고 사측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결정한 지난 2014년 이후 연례 파업이다.

이 회사 노사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 △자기계발비 인상 △연차별 임금격차 조정 등을 요구하는 데 반해, 사측은 기본급 동결 및 임금 20% 반납을 포함해 연차 제도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평행선을 그리자 결국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절차를 신청했으며, 지난 4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올해도 구성원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사측의 입장차가 팽팽하다. 지난달 중노위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에 이어, 이달 초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노조의 쟁의권은 법으로 규정된 권리다. 다만 일감 부족으로 도크를 채울 수 없어 공장을 폐쇄하고 적자가 늘어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노조가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는 요구안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지속될 임단협 테이블은 파업을 위한 절차적인 자리가 아닌 진정성 있는 설득과 합의의 자리가 돼야 한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