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책임 통감한다”는 박삼구 회장, 뻔한 재벌 드라마는 아니길

이효정 산업부 기자
입력일 2018-07-05 15:23 수정일 2018-07-05 15:26 발행일 2018-07-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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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산업부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된 기간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비행기 지연은 예사였고, 장거리 비행에 기내식을 제공받지 못하는 탑승객이 속출했다. 탑승객들의 불만이 하늘을 치솟으면서 승무원 등 현장 직원들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들은 탑승구에서 고객의 불만 섞인 욕설까지 듣는 일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아시아나에서는 ‘승진 잔치’가 벌어졌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기내식 전담 케이터링TF 팀장이 상무로 승진했고, 업무 경력이 전무한 박삼구 회장의 딸 세진씨는 금호리조트의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입사했다.

기내식 노밀 사태에 대한 사전 고지나 이에 대한 응대 지침 매뉴얼을 공지한 게 아니라, 업무와 관련 없는 승진 공지에 직원들의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태로 일부 탑승객들과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담당했던 중소기업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공정거래 과정이 지적됐다. 회사의 갑질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는 익명의 카카오톡방을 개설해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고, 이번 주말에는 경영진을 규탄하는 광화문 집회도 연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스스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회장님들의 단골 멘트에 솔깃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사람들은 그 책임에 따른 가시적인 변화를 궁금해한다.

기업이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모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 아닌가. 그 순간, 아시아나항공의 대응책이 뻔한 재벌 드라마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효정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