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우리는 우울해서 먹고 마신다

김지은 기자
입력일 2018-06-28 15:07 수정일 2018-06-28 15:17 발행일 2018-06-28 99면
인쇄아이콘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우울해지면 어김없이 음식을 찾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먹어야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배를 채우고 나면 그제야 한숨을 쉰다. ‘나 왜 먹었지. 또 살찌겠네.’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먹는 것을 ‘감정적 식사’라고 한다. 감정적 식사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배가 고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가짜 배고픔’이다.

‘가짜 배고픔’은 호르몬 ‘코르티솔’의 영향 때문에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식욕억제 호르몬을 감소시켜 식욕을 왕성하게 만들고 체내에서 지방이 축적되는 대사로 바뀌어 몸무게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특정 음식이 당기고 배가 불러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 ‘코르티솔’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 푸는 것은 주로 여성에게 빈번하게 나타난다. 생리주기에 의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감정기복이 심한데다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등이 폭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우울한 감정을 술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술을 마시면 뇌의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지속적인 음주는 좋지 않다. 음주는 도파민을 생성하고 뇌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 도파민 수용체를 늘린다. 늘어난 수용체만큼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어야 기분이 좋다. 즉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이전보다 더 많은 술을 먹어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심으로써 당장의 우울함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올라갔던 혈당이 떨어지거나 술에 깨면 다시 기분이 나빠진다. 감정적 허기에 휘둘려 먹고 마시는 것은 우리를 폭식과 자책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가 고파서 먹는 것과 마음이 굶주려서 먹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배고픔의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과 후를 비교해 느낀 감정이나 음식량을 기록한다면 내가 진정으로 굶주려서 먹는 것인지 배고프지 않은 데도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tv, 책 등을 보며 식사를 하면 스스로 얼마만큼을 먹었는지 측정되지 않는다.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해 먹는다면 ‘감정적 식사’를 줄일 수 있다.

폭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참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먹고 나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마음의 공허함은 음식으로 채워 넣을 수 없으니 말이다.

(사진 출처=게티)

김지은 기자 sooy09@viva100.com

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