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스크린에 똑똑하고, 강하고, 용기있는 여성들이 온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6-12 07:00 수정일 2018-06-12 07:00 발행일 2018-06-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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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eople] <173>6월 스크린 점령한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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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의 배우 김해숙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

“정말이지 환상적인 여성들이다,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영화 ‘오션스8’ 출연 소감을 전했다. 영화제 당시 그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 피해 여성을 위한 시위를 주도하고 남성 위주 영화계에 비판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오션스8’에는 케이트 블랏쳇을 포함해 산드라 블록, 앤 해서웨이, 민디 캘링, 사라 폴슨, 아콰피나, 리한나,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다른 7명의 여성이 출연한다. 이들은 기존 남자들의 영화로 정의됐던 범죄 오락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했다. 영화는 전 애인의 배신으로 5년간 감옥에 갔던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이 가석방 후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작전을 계획하는 과정을 그렸다.

스크린에 부는 여(女)풍은 현재 영화 시장의 특징이다. 이번 달만 해도 해외 영화로는 ‘오션스8’, ‘아이 필 프리티’ 가 개봉하고 국내작으로는 ‘허스토리’, ‘여중생A’가 극장을 찾는다. ‘신세계’, ‘VIP’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도 기억을 잃은 의문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가 출연하고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배상소송을 진행했던 관부재판을 그린 영화다. 제목 ‘허스토리’는 역사를 뜻하는 ‘히스토리(History)’에 여성 대명사 ‘허(Her)’의 합성어다. 여성들의 역사 이야기를 의미한다.

◇ 남성에서 여성으로, 새롭게 변한 ‘오션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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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션스8’의 산드라 블록(왼쪽), 케이트 블란쳇.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오션스’ 시리즈는 돈이나 보석을 훔치고 후반부 반전으로 관객을 놀래키는 케이퍼 무비의 정석으로 통한다. ‘오션스8’이 있기 전에는 ‘오션스11’, ‘오션스12’, ‘오션스13’ 까지 총 3편이 제작됐다. 배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이들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은 설렜다.

‘오션스8’에는 케이트 블랏쳇을 포함해 산드라 블록, 앤 해서웨이, 민디 캘링, 사라 폴슨, 아콰피나, 리한나,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다른 7명의 여성이 출연한다.

‘오션스8’의 주인공 데비 오션, 배우 산드라 블록은 그동안 ‘오션스’ 시리즈를 이끈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의 여동생 역으로 출연해 5년 전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의 복수를 계획한다. 게리 로스 감독은 “무법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미국 영화계의 중심 소재지만 대부분이 남자였다. 금지된 영역처럼 보였던 이 장르에 여성들이 출연한다는 아이디어에 끌렸다”고 연출 소감을 전했다.

산드라 블록 “어떤 물건을 훔칠지, 어떤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극복할지가 영화의 포인트다. 핵심은 여러 사건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여성들, 재미있는 8명 여성이 함께했다.”

◇ 평범한 여중생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 ‘여중생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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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환희.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여중생A’의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 학교와 집에서 거의 혼자 지내는 학생 미래(김환희)다. 그녀가 의지하는 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 미래는 그곳에서 사람과 소통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여중생의 섬세한 감수성을 다소 어두운 현실 안에서 그려냈다. 왕따와 가정폭력이 영화의 주요 소재다. 미래를 연기한 배우는 ‘곡성’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다. 전작에서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펼쳤다면 이번에는 속으로 감췄다. 그러나 눈빛과 표정에서 미래가 겪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김환희 “현실을 반영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웹툰의 댓글을 보면 ‘나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나 역시 시나리오를 읽으며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 연기파 여성 배우들의 힘, 이것이 연기다 ‘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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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김희애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김해숙은 작품마다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배우다. ‘허스토리’에서는 위안부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다 일본을 상대로 재판을 벌이는 배정길 역을 연기했다. 김해숙은 지울 수 없는 고통과 분노에 얼룩진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아픔을 훌륭히 대변했다.

그를 설득해 재판을 끌어가는 여성 문정숙은 김희애가 연기한다. 김희애는 숏컷과 안경, 부산 사투리 등 실존 인물과의 싱크로율을 위해 외모부터 어투까지 변화시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6년의 재판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단장 캐릭터인만큼 김희애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배정길을 포함한 다른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로한다.

김해숙 “위안부 여성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겁 없이 뛰어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픔의 깊이를 전혀 알 수 없다. 다가갈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다 내려놓고 비웠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했다.”

김희애 “실화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촬영이 결정되고는 캐릭터에 맞게 하려고 머리 커트하고 안경도 쓰고 살을 찌웠다. 일본어도 3개월 전부터 외웠다. 최대한 언어, 외모, 의상 등 실존 인물과 거리감 없이 비슷하게 하려고 신경 썼다.”

◇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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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812="">배우 김다미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마녀’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영화 ‘마녀’는 ‘신세계’, ‘대호’ 등 주로 거친 남성 영화를 만든 박훈정 감독이 처음으로 여자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시설에서 수많은 아이가 죽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곳에서 홀로 탈출한 후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이 의문의 인물을 맞닥뜨리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으로 감독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범죄 스릴러 요소에 액션을 더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

주인공 자윤 역에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우 김다미가 캐스팅됐다. 신인에 가까운 배우로 감독은 처음부터 새로운 얼굴을 뽑겠다는 의도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김다미 곁으로는 검증된 두 배우 박희순과 조민수가 있다. 특히 조민수는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에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김다미 “오디션에서 뽑히고 얼떨떨하고 행복한 마음이 컸다. ‘어떻게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자윤이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오다 과거를 아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겪는 입장을 고민하며 연기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