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노동의 역설, 왜 일을 할수록 더 불행해지는가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6-08 07:00 수정일 2018-06-08 07:00 발행일 2018-06-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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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야근 없는 회사가 정답이다'
문제는 돈의 노예가 되는 사회 구조,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
주 52시간 근무제 곧 시행, 야근 없이 성과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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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노예가 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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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 피터 플레밍 지음 | 한스미디어 | 1만 6800원 (사진제공=한스미디어)

우리는 누구보다 오랜 시간 일한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 노동 생산량은 22개 회원국 중 17위다. 삶의 근본이 되는 근로환경으로 비춰볼 때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라기엔 역부족이다.신간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은 바로 이 노동의 역설을 분석했다. 

책은 현대 사회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복할 수 없는 불평등 구조로 정의한다. 상위 1%를 제외하고 99% 평범한 사람들은 구조의 아래층에서 허우적댄다는 것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경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뜻한다. 책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이바지했던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관습적으로 일하는 현상이 자리 잡았다고 비판한다.

책의 저자 런던시립대 경영학과 피터 플레밍 교수는 일그러진 노동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주장의 바탕에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있다. 자본의 화려함에 속아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현대인의 실수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 실수에서 발생한 극단적 증후가 책의 제목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이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대출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 사람들로 이들은 잘못된 사회 구조 속에서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돈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탄탄한 자료로 뒷받침된다. 책은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숫자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이것들이 어떤 형태로 현대 사회에 적용되는지를 조목조목 따져 설명한다. 결국 저자는 부를 축적하려는 욕망을 멀리하라고 강조한다. 뻔한 답이지만 여기까지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 주 52시간 근무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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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없는 회사가 정답이다 | 고야마 노보루 지음 | 북오션 | 1만 4000원 (사진제공=북오션)

주 근무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다음 달 1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업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현행 68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현실에서 52시간이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끝없이 반복되는 야근이다. 

신간 ‘야근 없는 회사가 정답이다’는 의지만 있다면 근무시간 단축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주식회사 무사시노의 사장 고야마 노보루다. 한때 그는 야근을 방치한 경영자 중 한명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다른 사장처럼 직원의 야근을 종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IT기기 활용’ ‘일찍 퇴근하기 추진팀 조직’ ‘퇴근 시간 관리를 위한 네트워크와 CCTV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야근을 없앴고 상여금을 연동해 부족한 성과를 채웠다.

그는 야근이 늘고 주는 건 직원이 아닌 사장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야근을 방치하는 사장은 ‘범죄자’라며 현재 그는 과거의 실수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야근 제로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의 개선 사례는 야근이 불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그것에 저항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현실을 고발하며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야근을 줄여나가는 과정과 성과는 다가올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예상 할 수 있게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무사시노 외에 32개 회사 사장에게 듣는 야근 제로 비법이 기록됐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조언들로 야근 제로를 주장하는 책의 설득력을 높인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