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에 몸 사리는 지주사들…매각 장기화되나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18-06-03 18:23 수정일 2018-06-03 18:23 발행일 2018-06-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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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보여주기식 M&A 안한다”
신한금융, 가격 조건 등 맞지 않아 협상 결렬
ING생명
ING생명 인수를 타진하던 KB금융지주가 한발 물러서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ING생명 매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사진은 ING생명 본사 전경. <사진=ING생명>

ING생명 인수를 타진하던 KB·신한금융지주가 한발 물러서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열린 지주사 이사회 워크숍에서 사내 임원진과 사외이사 등 경영진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치르는 보여주기식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발언에 대해 ING생명 인수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사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ING생명 인수의 또 다른 유력한 후보였던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 간 협상도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말 ING생명 매각 배타적협상대상자 시한이 종료된 이후에도 MBK와 매각과 관련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가격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결국 없었던 일로 한 것이다.

그동안 KB·신한금융은 직간접적으로 ING생명 인수를 표명해왔다. ING생명이 수익 확대에 최대 요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ING생명은 지난해 매출 4조3423억원, 순익 3402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비은행 부문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윤 회장은 “생명보험사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후 인수 가능성을 구체화 해왔다.

신한금융도 ING생명 인수 후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 ‘빅 플레이어’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두 지주사의 태도변화는 ING생명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ING생명은 MBK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MBK는 ING생명 지분 59.19%에 대해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가량의 매각가를 제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제시한 매각가(1조8000억원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ING생명의 매각가가 높을 경우 꾸준히 매각설이 돌고 있는 MG손보, 현대라이프생명 등으로 타깃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