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버닝' 이창동 "희망 없는 청년, 필요한 건 위로 아닌 질문"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5-30 07:00 수정일 2018-05-30 07:00 발행일 2018-05-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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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8년 만에 신작 '버닝' 들고 칸에 다녀온 이창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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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을 연출한 감독 이창동.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를 만들고 이렇게 기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처음이에요.” 낯선 자리가 주는 어색함도 잠시, 이창동 감독은 차분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본인이 연출한 ‘버닝’에 대한 소회를 털어났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수상 실패가 주는 아쉬움은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이 감독은 “당연히 아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영화가 개봉 전부터 칸 수상 여부에 마케팅이 집중됐다. 사람들의 바람대로 수상을 했다면 탄력을 받아서 영화가 힘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 기대가 높아서 실망이 커졌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영화는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이 고향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에게서 의문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았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심오하다.  결말에 도달해서도 관객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의문은 짙은 여운으로 이어진다.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은 지금도 각자의 답을 찾고 있다.  ▲ 특히 칸 현지 반응이 좋았다. 황금종려상까지 거론될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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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했다면 한국 영화 전체를 봐도 큰 성과다. 현지에서도 황금종려상 이야기가 들려 기대가 됐지만 결국 아쉽게 됐다. 한국 팬들이 느끼는 실망에 대해선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칸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경쟁 부문 영화는 보통 호불호가 나뉘는 개성이 강한 작품이다. 그런데 ‘버닝’은 불호가 없이 모두가 좋아해 이상하게 느껴졌다.”

▲ ‘밀양’, ‘시’ 등과 비교하면 ‘버닝’은 젊은 관객을 위한 영화로 다가온다“그 부분은 어느 정도 맞다. 청년의 분노에서 출발한 영화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젊은 관객이 보길 원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나 같은 기성세대에게도 의미가 있는 영화다. 나도 청년을 거쳤는데 우리 때는 분명한 답이 있었다. 반면 지금은 어딘가 잘못되었는데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세상은 화려하게 변하지만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종수처럼 청년에게 세상이 미스터리일 것이다.”▲ 사회의 문제인가 개인의 능력이 문제인가?“기성세대의 꼰대 발언이 될까 조심스러운데 우리 때는 희망이 있었다. 현실은 힘들지만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었다. 반면 지금 청년은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아버지 세대만큼 여유를 가지고 살지 못할 것 같다. 이건 노력과 상관없이 세상이 그렇게 살게 돼 있다. 학교에서 학생을 봐도 그렇다. 다들 조금씩 우울증이 있다. 단순하게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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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에서 종수 역으로 출연한 배우 유아인(왼쪽)과 감독 이창동. (사진=CGV아트하우스)

▲ 영화의 호불호처럼 현재 세 배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다.(앞서 유아인 SNS로 ‘페미니스트’를 주제로 설전을 벌여 일부 대중에게 비난을 샀다. 돌연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은 SNS로 일본 전범기를 공유했고 전종서는 칸 출국 전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중 앞에 서 비난을 받았다.)“배우들의 논란에 대해선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몫이고 그게 어떻게 나아가든 당사자들이 받아들이고 통과해야 한다. 그게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사실이지만 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스티븐 연은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굉장히 당황했다. 그것이 그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받아들이는 게 낫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극 중 종수의 아버지로 MBC 최승호 사장이 출연했다. 캐스팅 이유는?“우리는 최승호 PD라 불렀는데 그가 사장이 됐다. 종수 아버지 역을 현실에서 찾았는데 왠지 그가 떠올랐다. 본인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배우가 아니어서 더 현실성이 있었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