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은 왜 비싼 옷만 입을까?

김지은 기자
입력일 2018-05-29 07:00 수정일 2018-05-29 10:59 발행일 2018-05-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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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밀리고 단전, 단수, 도시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패션을 포기할 수 없나 봅니다. 매일 같이 바뀌는 옷들과 배역에 맞지 않는 치장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패션입니다.

2016년 종영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여주인공은 사채 빚과 직장 해고로 힘들어하며 월세를 내리기 위해 집주인의 집에서 설거지를 하는 ‘짠내’ 나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어도 매일 같이 옷이 바뀌며 두르고 있는 옷과 제품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이러한 논란은 비단 이 드라마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드라마 <닥터스>도 짙은 화장, 화려한 의상에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외과 의사치고 비현실적인 스타일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네일아트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왜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캐릭터와 맞지 않는 고가의 의상과 소품들을 하는 것일까요? 물론 배우라면 대중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심리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로는 드라마 제작비에 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 드는 통상적인 비용은 5억~6억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톱스타가 나오거나 촬영 장소가 빈번하게 바뀔수록 제작비는 껑충 뜁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제작비만 총 130억 원이 들었는데 16부작이니 회당 8억 원 꼴인 셈입니다.

제작비의 60~70%를 방송사에서 받고 나면 협찬이나 PPL(간접광고)로 충당해야 할 제작비가 수십억 원에 이릅니다. 때문에 드라마 제작자들은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해 협찬이나 PPL에 목 맬 수밖에 없는 거죠.

제작비 지원이 클수록 협찬사의 요구사항도 커집니다. 드라마를 보다 뜬금없는 장면에 제품이 나오는 경우 많이 보셨을 겁니다. 요리를 하다 참치를 꺼내는데 부엌 찬장에 참치 밖에 없습니다.

아빠와 대립하는 진지한 장면 후 뜬금없이 전동 휠을 타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과 달라 광고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광고가 소비자에게 홍보가 될까요? 독일 뮌스터대와 바우하우스대 연구진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7분짜리 단편 영화에 PPL의 노출 빈도수를 조절해 영화에 대한 평점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봤습니다. PPL이 없는 편집본, 중간 단계, 과다하게 들어간 것으로 나누어 보여준 결과 똑같은 영화였지만 PPL이 없는 편집본이 가장 높은 평을 받았습니다.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제품을 풀 샷으로 보여주며 기능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소비자가 ‘아 PPL이네’ 하고 생각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겁니다.

tv시청자 약 10명 중 3명이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 광고가 시청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최용준 전북대 교수와 오경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이 발표한 ‘간접·가상광고에 대한 시청자 인식조사’ 조사 결과)드라마 제작 시 불가피한 협찬과 PPL이지만 쌩뚱 맞은 광고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게티)

김지은 기자 sooy0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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