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독전' 조진웅·류준열… 뜨겁게 달리고 차갑게 식었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5-29 07:00 수정일 2018-05-29 09:57 발행일 2018-05-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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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eople] <171>영화 '독전' 조진웅·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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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이 집착이 낳은 독을 제대로 보여줬다면 류준열은 반대로 숨겼다. 서로 다른 성격의 에너지가 부딪힌 충격파는 대단했다. 중심에 두 사람이 있었기에 김주혁,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등이 마음껏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표현대로 배우들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독전’(감독 이해영)을 볼 이유는 충분했다.  

22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독전’은 형사 원호(조진웅)가 마약 조직원 락(류준열)과 함께 벌이는 수사를 그린다. 목표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 ‘이선생’이다. 원호가 집요하게 쫓는 대상으로 그는 락을 몰아붙이며 이선생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조직에 버려진 락은 냉정하고 차갑다. 겉으로는 원호에게 협력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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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노르웨이 장면은 이야기의 끝이자 두 배우가 기다려온 순간이기도 했다. 이 순간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노르웨이에서 힘들었던 촬영을 정리하고 배우로서 자신을 돌아봤다”고 밝혔다.

◇영화의 시작과 끝, 노르웨이  

영화는 원호가 자동차를 타고 노르웨이의 쓸쓸한 설원을 달리며 시작된다. 원호의 심각한 표정과 겨울 풍경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그의 앞으로는 오직 앞을 향한 도로뿐이다. 

조진웅 “계속 원호에 대해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어요. 악질 경찰 같은데 머뭇거리는 지점이 있고 그러다 고민을 하죠. 동료들이 죽는 원치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는데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지점에 있어요. 그게 저, 조진웅과 비슷해요.”

▲“역삼동에서 우연히 만난 군대 고참, 그리고 시작된 영화”“배우를 하고 싶어서 서울에 왔고 우연히 군대 고참을 만났는데 그가 ‘말죽거리 잔혹사’ 연출부였어요. 그를 따라 사무실에 갔는데 권상우가 지나가요. ‘한번 해볼까’하고 들어간 게 패거리2 역할이었어요. 그때는 연극쟁이 고집이 있을 때라 한번만 더해보자고 해서 ‘우리 형’에 출연했고 지금까지 왔어요. 그러나 아직 전세에 살고 있고… 영화를 하며 ‘정말 지금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마지막에 원호가 ‘왜 그렇게 살았냐’라고 대사를 해요. 그게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노르웨이로 가는 긴 여정이 원호와 그리고 저의 고민을 정리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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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류준열 (사진제공=NEW)

류준열 “노르웨이 장면에서 비로소 앞선 과정이 생각이 났어요. 초반에는 락이라는 인물이 감정표현이 적어서 과연 메시지가 잘 담길까 감독님과 이견이 있었어요. 다행히 초반에는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연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대로 재미를 느꼈죠. 한편으로는 공허함을 느꼈어요. 무언가를 이뤘지만 채울 수 없는 감정, 그게 락의 표정에 담겼어요.”

“작은 재주로 연기했던 과거, ‘독전’은 연기의 본질을 느낀 경험”

“그동안 연기로 좋은 부분을 보여줬지만 스스로는 작은 재주로 눈속임을 한 것 같아요. 반면 이번에는 연기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많았어요. 노르웨이에서 진웅 선배님과 촬영을 하고 포옹을 했는데 이게 흔한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의 감정이 아니었어요. 우린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 달려온 것 같은 공감이 있었죠. 특별한 성장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연기의 본질을 느낀 것 같은 만족감이죠.”

◇ 최고의 장면은 故 김주혁과 협상, 마약 흡입 장면은 소금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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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사진제공=NEW)

극 중 원호와 락이 중국 마약상 진하림(김주혁)과 거래를 하는 장면은 영화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명장면이다. 특히 시종일관 약에 취한 듯하면서도 한순간 송곳니를 드러내는 악역 진하림을 연기하는 김주혁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해영 감독은 “진하림은 그간 김주혁이 보여준 악역과 다른 지점이 있다.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짜릿하고 너무 엄청나서 구경만 했었다”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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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 (사진제공=NEW)

조진웅 “그 장면은 정말 오래 찍었어요. 주혁 선배와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그의 작품을 봐왔으니 대충 진하림을 상상하며 준비를 했어요. 촬영 당일에는 선배 의상을 물어봤어요. 팬티만 입는다기에 그럼 난 긴바지를 입겠다고 맞섰죠(웃음). 그러다 현장에서 마주쳤는데 대본에서 그대로 나온 것처럼 완벽한 진하림이었어요. 정말 최고였죠.” 

“실수로 소금을 흡입, 덕분에 제대로 된 눈빛이 나와”

“영화에서 보면 흰색, 파란색 두 가지 마약이 나와요. 흰 건 소금이고 파란 건 분필가루였어요. 원래는 코로 흡입하기 전까지 가면 되는 걸 제가 끝까지 가버린 거예요.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리며 계속 기침이 나왔어요. 화장실에 가서 물로 씻어도 소용이 없었죠. 그때 거울로 본 눈빛이 좋았어요. 전작 ‘해빙’에서도 비슷한 연기를 했지만 그때와는 다른, 정말 사실적인 충혈이었어요. 급하게 눈만 찍었는데 그것 하나는 제대로 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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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류준열(사진제공=NEW)
류준열 “두 선배님 사이에서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 같아요. 극 중 락도 그런 관찰을 하는 위치였지만 배우 류준열로서도 그랬어요. 현장에선 두분이 따로 대화도 많이 안 하셨어요. 그런데도 촬영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돌변해요. 굉장히 오래 찍은 장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 넘치는 현장이었죠. 그 안에서 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김주혁 선배, 조용하고 따뜻해”

“조용하고 늘 차분하세요.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오가며 늘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어요. 먼저 쉬는 날 뭐하냐고 물어봐 주시고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제안도 해주셨어요. 연기할 때는 분위기가 다른데 선배님이 정말 오랜 시간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모든 캐릭터 살린 이해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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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사진제공=NEW)

눈에 띄는 캐릭터는 김주혁만이 아니다. 김성령은 짧지만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야기의 문을 연다. 극 중 진하림의 연인으로 출연한 진서연과 조직의 실세 박선창 역의 박해준도 훌륭히 제몫을 해냈다. 

차승원은 특별 출연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꽤 많은 분량을 소화했다. 특유의 여유 있는 연기는 빠르게 달리는 영화에 유일한 쉼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연기해야 했던 조진웅은 이들의 활약을 부러워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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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사진제공=NEW)
조진웅 “해준이는 ‘화이’ 때 같이 했던 동갑내기 친구예요. 멀리서 찍는 풀샷부터 박선창으로 변신해 웃으면서 들어가요. ‘들어가는 데도 뭘 하려고 하냐’고 핀잔을 줄 정도로 잘 하더라고요. 승원 선배는 틈만 나면 ‘믿음을 가지세요’라고 포인트를 잡고 주혁 선배는 연기가 끝내줬잖아요. 그럴 때마다 준열이를 불렀어요. ‘너랑 나랑은 하는 게 없다, 독전에 조진웅, 류준열은 없다’고 했죠.” 류준열 “배우도 훌륭하지만 감독님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감독님 본인이 만든 캐릭터지만 사실 그걸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캐릭터 간 밸런스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 살렸어요. 일부 캐릭터는 편하게 넣을 수도 있는데 이번 영화에는 그런 신이 단 하나도 없어요. 그 덕분에 관객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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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 류준열.(사진제공=NEW)
조진웅 “출연했던 배우로서 제가 생각한 결말을 정해주고 싶지 않았어요. 촬영할 때는 정말 다양하게 의논을 했어요. 지금은 총소리가 한번만 나지만 이걸 두 번으로 바꾸자 혹은 문이 열리고 개가 나오자는 등 농담처럼 아이디어를 공유했죠. 지금의 결말에 대해선 저와 제작사 대표, 감독 등 해석이 다 달라요. 결국 관객의 상상에 맡기자 했죠. 불친절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류준열 “지금의 결말은 처음 대본에 있던 거예요. 그 외 몇 가지 더 찍어 둔 게 있지만 저는 그걸 안 쓸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지금 결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 촬영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영화가 주는 차갑지만 뜨거운 정서가 그곳 분위기와 잘 어울렸거든요. 그렇게 완성된 오프닝과 엔딩을 보며 감탄했어요.”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