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마하티르 총리 복귀…말레이시아, 61년 만에 정권교체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8-05-10 13:29 수정일 2018-05-10 14:16 발행일 2018-05-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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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61년만에 정권교체…마하티르 총리 복귀
말레이시아 야권연합 총리 후보인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자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치러진 말레이시아 14대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93)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 연합이 압승을 거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10일 AFP통신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중앙선거위원회는 공식 개표결과 야권연합 희망연대(PH)와 사바주 정당 와리산당이 하원의석 222석 중 115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반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76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독립 후 61년간 집권해왔던 자리를 처음으로 PH에 넘겨주게 됐다.

이에 따라 93세 고령의 나이인 마하티르 전 총리는 15년 만에 또 총리가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국가 지도자가 될 전망이다.

그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BN 소속으로서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집권해 왔다. 의사 출신이었던 그는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전후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가난한 말레이시아 국가를 신흥공업국으로 이끈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려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장기 집권의 ‘독재자’라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이번 총선에 앞서 전문가들은 나집 라작 총리가 국가 기금을 빼돌린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더라도 BN이 재집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부펀드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에서 수 조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BN은 전통적 지지를 얻어왔던 사라왁주에서도 표를 잃었다.

나집 총리 등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이번 선거에 결국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의 부가가치세인 BN의 상품서비스세(GST·Goods and Service Tax) 도입등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줘 지지를 잃게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다. 하지만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총리 퇴진 운동을 벌였고 결국 BN에서 축출돼 지난해 야당 지도자로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그는 이날 “우리는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 등은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나집 총리를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PH의 승리로 향후 재수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현주 기자 chjbr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