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마다 달라지는 대형마트 규제 경제적 효과… 논란 줄일 공동연구 절실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18-04-18 17:30 수정일 2018-04-18 17:30 발행일 2018-04-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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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제각각이어서 정책 시행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의 모습.(사진제공=롯데마트).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제각각이어서 정책 시행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연구기관과 연구자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헌법재판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구 분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한국법제연구원이 발간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사후적 입법평가’ 보고서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영향 아래 있는 점포의 일별 매출액 및 1인당 지출액은 규제 이전인 2011년에 비해 2014년과 2015년 모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별 대형마트 1인당 지출액은 2014년 8만1000원에서 2015년 7만2000원으로 감소했다.

법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이후 평소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1인당 지출은 약 3만7000원 증가해 대형마트 지출 감소액이 전통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됐다.

전통시장 소상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2016~2017년 월 평균 매출액은 감소추세임에도 의무휴업 시행 시 전통시장 매출은 5.1% 늘었다.

보고서는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일 규제는 취지에 비춰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 된다”며 “특히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은 단기뿐만 아니라 중기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반대의 연구 결과를 내놓는 학자·연구자도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지난 2015년 발표한 ‘대형마트 출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성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소규모 소매업 등의 사업체 수 또는 종사자 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즉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주변 소상공인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의무휴업에 대한 기대가 100이었다면 현재 성과는 10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라며 “소비자들이 규제 이후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거나 구매 자체를 줄이는 행위를 하고 있어 규제의 비용은 많고 효과는 극히 적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이 연구자·기관에 따라 오락가락 하면서 사법당국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해서는 합법이라고 판결하면서도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경제효과 분석 자료만으로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의 매출 증대나 대형마트 개설자와 납품업자의 매출 감소 등과 같은 규제 효과의 경중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규제 취지 측면에서도 경제효과 분석에 나타난 수치자료만으로는 규제 수단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2016년 2월 이마트가 제기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대한 위헌소원을 심리 중에 있다. 지난달 8일 열린 공개 변론에서 원고·피고측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치밀한 연구 결과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학계에서는 설문조사 방식과 연구 설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연구비를 받는 등 당사자의 영향을 받는 조사일수록 이해 당사자의 입장 담길 가능성은 더 높다고 덧붙였다.

유통학계의 한 원로 교수는 “연구자나 기관, 혹인 이해당사자에 따라 서로 다른 연구결과가 나오면 공정성이 의심 받을 수 있다”며 “쟁점이 되는 사안이 있다면 양측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