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콰이어트 플레이스' 소리 없는 공포, 신선하고 강렬하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4-12 07:00 수정일 2018-04-12 07:20 발행일 2018-04-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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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가족
대사도 없는 침묵 상황이 오히려 더 큰 공포를 선사해
서론과 결말이 없이 본론만 있는 이야기 구조는 관객이 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어
A QUIET PLACE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오늘(12일) 개봉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감독 존 크래신스키)’의 속 생존 제1법칙이다. 등장인물은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다. 소리 없이 시작한 영화는 조금씩 그들의 삶을 파고든다. 대화는 수화로 진행되고 심지어 요리, 빨래, 놀이 등에서 나오는 소리도 억제된다.

가족의 긴장된 숨소리와 두려운 눈빛은 영화 초반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그러다 아이의 실수로 소리를 내는 순간 어디선가 섬뜩한 울음이 들려온다. 영화는 그 정체를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가족과 반대로 그것에 다가가려는 관객의 호기심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흘러간다.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건 소리가 없다는 의미다. 영화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대화가 없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음악도 없다. 그래도 충분하다. 소리의 공백은 배우들의 떨리는 숨소리가 채우고 그 안에서 배우들은 섬세한 표정 연기를 펼친다.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터져나오는 한순간의 절망적인 호흡과 그것에 반응하는 미지의 존재는 그 어떤 장치보다 훌륭하게 공포를 묘사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등장하는 음향 효과도 눈에 띈다.

A QUIET PLACE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설정만큼이나 특이한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서론과 결말 없이 본론만 있는 형태로 상황을 이해시키는 도입 부분이 생략되니 관객 입장에선 더 집중해서 가족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빠져 들게 된다.

공포의 정체는 영화 후반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된 계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극 중간 등장하는 뉴스 사진으로 힌트를 주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관객은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을 안은 채 영화의 결말을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그 끝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재미있는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보는 관점에 따라 허무할 수 있지만 그 나름대로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