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여론 악화될라' 조용한 행보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18-04-03 19:30 수정일 2018-04-03 19:30 발행일 2018-04-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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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YONHAP NO-364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

신동빈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롯데그룹의 창립 51주년 행사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진행됐다. 이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경영진도 신 회장의 뜻을 반영해 창립 행사를 축소하고 골프 자제령을 내리는 등 구설수에 오를 만한 행동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구속된 신 회장은 최근 경영진과 변호인을 만나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던 주요 계열사에서 받던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신이 구속돼 경영에 참여 못하는 상황에서 급여를 계속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한 것이다.

또 지난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주당 52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신 회장이 옥중에서 약 147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기간 중이지만 주주로써의 권리를 인정받은 그는 급여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뜻에 따라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7개 계열사는 지난달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재판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에만 7개 계열사에서 총 15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신 회장이 없는 롯데그룹 역시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오디토리움홀에서 황각규 대표이사 주재로 창립51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1967년 4월 3일을 그룹 창립일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 열린 51주년 행사는 간단한 기념사와 함께 근속사원 시상식을 한 뒤 20여 분에 만에 조용히 마무리됐다. 지난해는 창립 50주년이자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로 ‘50주년 뉴 비전 설명회’를 여는 등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총수 구속에 따른 내·외부 여론 악화를 우려해 그룹의 생일잔치마저 조촐하게 진행한 것이다.

앞서 신 회장 구속 직후 결성된 롯데비상경영위원회는 계열사 대표이사와 고위 임원들에게 골프와 화려한 행사나 불필요한 의전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와 전·현직 CEO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그룹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신 회장의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전 이사장도 비리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또 노병용 전 롯데물산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2016년 6월 구속됐다. 롯데쇼핑 신헌 전 대표는 롯데홈쇼핑 대표 시절 납품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게서 지난해 12월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