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구', 억지 눈물은 그만… 이순재가 전하는 진솔한 가족 이야기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3-27 18:16 수정일 2018-03-27 18:17 발행일 2018-03-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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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는 할아버지와 남겨질 손자
배우 이순재, 노개런티로 영화에 출연
이순재 "장감있는 영화,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인식 바뀌었으면"
노 개런티로 '덕구' 출연한 이순재<YONHAP NO-2806>
영화 ‘덕구’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 (연합)

국민 배우 이순재가 소박하고 진솔한 사랑을 담은 가족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로 관객을 찾는다. 27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언론시사회에서 이순재는 “여러 작품을 하다 보면 작위적인 이야기를 자주 만난다. 사랑이 결핍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덕구’는 오랜만에 만난 정감 있는 영화였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어린 손자, 손녀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고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덕구 역의 아역 정지훈이 노련한 연기로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다. 손자로서 떼를 쓸 때는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으로 이순재를 몰아붙이고 이별의 순간엔 뜨거운 눈물로 감동을 준다. 이순재도 아역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이순재는 “덕구는 상당히 어려운 역할이다. 아역으로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 촬영 당시에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로 보니 역시 연기를 잘했다.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지훈은 “할아버지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 그 전에 즐거운 장면을 촬영하다 갑자기 슬픔으로 가서 감정 연결에 애를 썼다”며 “그때 감독님이 지금 내가 손을 놓으면 할아버지가 쓸쓸히 죽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감정이입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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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 (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순재의 설명대로 영화는 관객의 억지 눈물을 자극하지 않는다. 덕구와 할아버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을 뿐이다. 어린 캐릭터에 노래나 공부와 같은 뛰어난 재능을 부여해 후반부 감동을 주는 전형적인 형태도 없다. 덕구의 엄마가 인도네시아 사람이지만 평범한 다문화 가정의 엄마로서 묘사할 뿐이다. 방수인 감독의 표현대로 ‘덕구’는 비워나가는 작업으로 그 안에서 공감되는 웃음과 감동을 준다.

방 감독은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하고 뻔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비워나가는 작업이 어려웠다”며 “영화에는 노인, 아이, 외국인이 등장한다. 사회적 약자들로 이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당연한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후반부에는 이순재가 며느리를 찾아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장면도 나온다. 그곳에서 사돈을 만나고 며느리의 숨겨진 사연을 듣게 된다. 이순재는 “영화 덕분에 처음 인도네시아에 가봤다. 그곳에 있는 아이를 끌어안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잔잔하지만 그 부분이 감동적이었다”며 “작품이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외국인 며느리다. 영화를 통해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덕구’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