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굿바이 '무한도전', 이젠 추억으로 곱씹을 지난 13년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3-23 07:00 수정일 2018-03-27 10:28 발행일 2018-03-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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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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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이 오는 31일 13년간 이어온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한 시청자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이다. 그동안 매주 토요일이면 습관적으로 TV 앞에 앉아 방송을 기다렸고 설사 본방을 못 보더라도 VOD나 재방송으로 꼭 챙겨보는 것이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게 남긴 의미도 크다. 매주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는 형식은 그동안 국내 방송에 없던 형태로 멤버들은 그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갔다. 

그 끝은 하락세로 돌아선 시청률과 함께 다가왔다. 초반 돋보였던 예능적 기획은 사라졌고 그 안에서 즐겁게 터뜨리던 멤버들의 웃음도 줄었다. 최고 30%대에 육박했던 시청률은 10%대로 떨어졌다. ‘무한도전’ 만큼이나 시청자의 태도가 변화한 것도 종영 이유 중 하나다. 시간이 오래되면서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의 애정은 익숙함으로 바뀌었고 굳이 방송을 챙겨 보지 않아도 되는 무관심이 됐다. 재미가 있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없으면 안되니까 계속돼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삶에 자리 잡은 것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김태호 PD는 “기존 멤버들과 새 시즌 혹은 새로운 기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기억하는 ‘무한도전’은 끝일 수 있지만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3년 방송, 파업 24주, 멤버 17명

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무한도전’은 20005년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여러 번의 포맷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이르렀다. MBC 파업 때는 잠시 시청자를 떠나있었다. 다소 긴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는 ‘무한도전’을 기다리며 MBC의 정상화를 응원했다. ‘무한도전’의 현재 멤버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다. 앞서 ‘식스맨’으로 선발된 황광희가 군대에 갔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 건강상의 이유로 프로그램을 떠난 정형돈을 비롯해 길, 전진, 김성수, 이정, 이켠, 윤정수, 이윤석, 조혜련 등이 거쳐 갔다. ◇1기 ‘무모한도전’→2기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3기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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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B급 예능을 A급으로 만든 차승원의 ‘연탄 나르기’배우 차승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연탄 나르기 편은 프로그램 초기 B급 예능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무모한도전’을 대중적으로 알렸던 회차였다. 차승원과 멤버들이 직접 연탄을 옮기며 컨베이너 벨트와 펼친 이 대결에서 성공 20초를 남기고 실패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차승원과 멤버들의 의리는 추후 ‘무한도전’ 극한알바 특집으로도 이어졌다. 차승원은 방송에서 유재석과 짝을 이뤄 탄광에 들어갔다. ▲ 국민의 놀이 ‘거꾸로 말해요 아하’‘무모한 도전’은 이후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으로 포맷을 변경했다. 야외로 나돌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스튜디오에 안착했다. 앞사람이 말한 단어를 거꾸로 이야기하는 ‘거꾸로 말해요 아하’는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이때는 지금의 유재석 아내인 나경은이 마봉춘으로 불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게임을 즐기며 멤버들끼리 잡다한 대화를 나누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이 지금의 ‘무한도전’의 토대가 됐다 ◇ 시청자가 사랑한 최고의 기획 ‘무한상사’, 가요제 ‘토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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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무한상사’: 콩트→뮤지컬→영화멤버들이 직장인으로 변신한 ‘무한상사’는 20~30대 시청자에게 특히 많은 인기와 공감을 이끌어낸 기획이다. 2011년 야유회편으로 시작된 ‘무한상사’는 초기 단순 콩트 형식에서 뮤지컬과 영화로 발전했다. ▲ ‘가요제’: 2년마다 만난 열정의 무대, 예능의 음원차트 독식 우려까지 생길 정도‘무한도전 가요제’는 2007년 강변북로에서 시작해 올림픽대로, 서해안고속도로, 자유로, 영동고속도로, 평창 등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이때 내놓는 음원은 그 즉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큰 인기는 가요계가 긴장할 정도로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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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토토가’:소환 성공, 젝스키스→H.O.T.’토토가’는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던 기획이었다. 지난 2016년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를 한 자리에 모아 팬들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젝스키스는 실제로 재결합에 성공해 활동하고 있다. 올 2월에는 ‘토토가’ H.O.T.편이 방송돼 다시 한번 추억소환에 성공했다.◇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역대급 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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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스포츠 스타가 사랑한 ‘무한도전’ 티에리 앙리 外‘무한도전’을 다녀가 여러 게스트가 있지만 그중 놀라운 섭외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 앙리였다. 단순히 출연 이상의 의미로 남는 것은 앙리가 보인 적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앙리는 물이 가득 찬 공과 일반 공을 던져 헤딩하는 게임까지 참여하는 등 친화력을 발휘했다. 그 외에도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 격투기 선기 표도르 예멜리야넨코, 최근엔 복싱 선수 매니 파퀴아오까지 많은 해외 스포츠 스타가 ‘무한도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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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잭 블랙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의 활약도 잊을 수 없다. 배우의 대표작인 ‘스쿨 오브 락’을 패러디한 ‘무한도전’ 예능학교 스쿨오브 락 특집에 출연한 잭 블랙은 몸을 사라지 않는 열정으로 멤버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인연은 미국으로도 이어져 시청자는 또 한번 잭 블랙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경쾌한 만남을 지켜볼 수 있었다. ◇ 사회와 정치 이슈에도 적극적‘무한도전’의 가치는 사회, 정치 등 민감한 이슈를 의미 있게 다룰 때 빛이 났다. 웬만한 영화, 다큐멘터리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 저리가라 급의 문제제기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알아야했지만 간과했던 이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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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멤버들이 직접 찾은 ‘군함도’. 그곳에서 전하는 조선의 역사‘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에선 하시마섬(군함도)이 다뤄졌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집된 조선 노동자의 아픔이 서려 있는 장소로 일본은 이곳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해 우리 국민의 반발을 샀다. ‘무한도전’이 준 긍정적 효과는 군함도의 존재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린 것이다. 이 방송분은 이후 류승완 감독 영화 ‘군함도’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을 때 비교되며 회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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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사진 제공=MBC)

▲ 국회의원들을 초대한 국민 법안 제시파업 이후 ‘무한도전’은 실제 국회의원을 불러 국민의 생생한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여러 법안이 제기됐고 이는 ‘무한도전법’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이중 실제로 처리가 완료된 법안도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2월 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아르바이트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됐다. ▲ 기부도 최고. ‘무한도전’은 달력과 각종 음원 수익으로 지난 13년간 63억원을 기부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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