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에 대책 권고 "성폭력 2차 피해 남발 우려"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8-03-13 13:26 수정일 2018-03-13 14:07 발행일 2018-03-13 99면
인쇄아이콘
'미투' 연대 함성<YONHAP NO-5117>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들이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남발하지 않도록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CEDAW는 이날 이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CEDAW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제69차 회기를 열어 한국, 칠레, 룩셈부르크 등 8개국의 여성 인권 실태를 조사해 반영했다.

CEDAW는 권고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면 대다수의 피해자가 거짓말로 치부돼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되고 오히려 피해자의 성적 배경이 성폭력 사건의 사법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등 심각하다”며 “남성 중심적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된 행태가 결국 2차 피해와 피해자의 침묵을 가져다 준다”고 우려했다.

CEDAW는 또 “2012년부터 2015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내 성폭력 피해 1674건의 신고 중 처벌된 건수는 83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성폭력 피해 신고에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폭력 사건 감독 체계를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학교와 대학, 군 등 공공 기관에서 벌어진 성폭력 가해자들은 엄격하게 처벌해야한다며 단계적으로 이들의 잃어버린 복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CEDAW는 한국 정부가 아직도 강간죄를 형법 제297조에서 ‘폭행 또는 협박’을 기준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라는 기준을 우선시하도록 수정을 촉구했다. 또 부부간 강간도 범죄로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CEDAW가 과거 한국 정부에 이에 대한 규정을 지시했지만 지켜지지 않자 재차 권고한 것이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낮은 순위인 유리천장 지수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들의 고위 공직 진출을 보장할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이어 남녀 임금 차별 해소,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대책, 남녀 육아휴가 혜택 확대 등도 권고했다.

한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시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기준으로 진실과 정의, 배상에 대한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채현주 기자 chjbr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