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인도 남녀 성비 불균형' 시한폭탄 될라

권기철 객원기자
입력일 2018-03-12 16:56 수정일 2018-03-12 16:56 발행일 2018-03-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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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 불균형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성비는 남아 1000명당 여아 861로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사진=LiveMint)

남아(0~6세) 1000명당 여아(0~6세) 성비를 나타내는 지수를 CSR (Child Sex Ratio)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성비는 남아 1000명당 여아 960명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고, 부상, 폭력, 전쟁 등 위험에 노출되어 사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준선이 무너지면 보통 성비 불균형이라고 진단한다.

보통 성비 불균형이 일어나는 이유는 영아 살해나 선택적 출산 등으로 인해서 발생된다. 중국을 제외한 인도를 비롯해 아세안 및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 지난 20년간 남성의 성비가 증가한 국가는 인도와 부탄이 유일하다. 반대로 북한과 미얀마, 태국 등은 오히려 여아의 비중이 높아졌다.

인도의 경우 1991년 945에서 2001년에 927로, 2011년에는 무려 914까지 떨어졌다. 이는 심각을 넘어 인도 사회 붕괴와 혼란을 우려할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인구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최근 보도된 인디아 이코노믹 타임즈에 따르면 인도 모디 총리는 최근 인도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고 한다. 이른바 여아 양육과 여아 교육을 확대하는 범정부적 사회 캠페인 ‘베티바차오 파차오(BBBP)’의 대대적 확산 계획을 지난 8일(현지시간) 인도-파키스탄 접경 라자스탄주 준주누(Jhunjhunu)시에서 발표했다. BBBP 프로그램은 2015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인도 161개 지역(현재)에서 640개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준주누시는 인도 최악의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난 2011년 남아 1000명 당 여아 837명으로 최악의 성비 불균형을 기록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의 선제적 노력으로 2017년 말 현재 955명까지 성비 불균형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정부 발표 수치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정부의 조사가 아닌 주민의 신고를 기반으로 통계가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라자스탄 전체 인구 통계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893명에서 2014년 861로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었다. 따라서 준주누시만 성비가 개선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여아 비율이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는 인도는 성비 불균형은 사회 불안을 야기시키는 시한폭탄과 같다.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1961년 976명에서 2011년 914로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정부의 야심찬 BBBP 캠페인만으로 성비 불균형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2014년 인도 평균 남아 1000명당 여아 비율은 900명, 남부 케랄라주가 가장 높은 967명, 북부 라자스탄주는 861명, 모디 총리의 출신지이자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많은 구자라트주는 854명,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주의 경우는 831명으로 인도 최악의 성비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남성 선호 사상이 높은 인도는 매일 여아 2000명이 낙태 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호적조차 없는 여성은 6300만 명에 달한다는 정부 연간 조사 보고 통계도 있다. 이는 태아 성별에 따라 낙태를 하거나 남자아이의 영양 및 건강 상태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남아 탄생은 축하와 자부심을 의미하지만 여아 탄생은 정반대다. 시집 보낼 때 내야 하는 지참금 때문에 부모가 엄청난 빚을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인도여성들도 종종 시어머니의 아들 출생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남아를 낳지 못한 여성들이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인도 가정에서는 남아가 태어나면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힌두교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이런 성별 불균형 문제는 천년 이상 오래되었다. 하지만 중국과 미얀마 출신이 많은 북동부 힌두교 색이 덜한 케랄라주 등 남부지역의 경우 성비 불균형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권기철 기자 speck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