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정책 어젠다…“미국 위한 한미FTA 개선”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3-01 11:29 수정일 2018-03-01 18:21 발행일 2018-03-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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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무역대표부, 2018 무역정책 어젠다 연례보고서 의회 제출
보고서 첫 문장에 ‘고립주의’ 의미하는 트럼프 발언
5대방침 중 ‘무역협상’ 부문…한미FTA 재협상 목표 언급
“미국산 자동차·부품 등 비관세 장벽 철폐와 장벽 줄이기”
TRUMP GUNS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과 만나 총기규제에 관한 토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UPI=연합)

미국 백악관은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제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018 무역정책 어젠다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고서 첫 페이지 첫 문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우리 경제의 독립을 다시 한 번 선언할 때가 왔다”며 ‘고립주의’를 시사한 발언이 실려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보고서 내용은 시작된다.

USTR이 적시한 무역정책에 관한 5대 방침은 △ 국가안보 지원 △ 미국 경제 활성화 △ 더 나은 무역협상 △ 무역보호법 강화 △ 다자간 무역시스템의 개혁 등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계속해서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노동자와 경영자, 사업가, 농부들이 보다 공정한 세계에서 경쟁할 기회를 통해 모든 혜택을 입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정책 5대 방침 중 하나인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더 나은 무역협상’ 부문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고려해 무역협정들을 ‘공격적으로’(aggressively) 협상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한미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개선’(improve)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개선’이라는 표현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폐기’ 발언에서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한미FTA 체결로 인한 미국의 전체적인 이득이 협정체결 이전에 미국이 추산했던 기대치에 못 미쳤으며, FTA 체결후 거의 6년간의 무역성과도 ‘실망스러운 수준’(disappointing)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체결 후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액 증가는 ‘미미한’ 수준(2011년 435억 달러→2017년 483억 달러, 48억 달러 증가)인 반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급격히’ 증가(같은 기간 567억 달러→712억 달러, 145억 달러 증가) 했고, 종합적으로는 한미FTA  효력이 발생한 이후 2017년까지 미국의 대한 상품무역 적자는 73%나 증가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한미FTA에 관한 미국 측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USTR은 한미FTA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 측이 고용, 경쟁, 관세와 제약 그리고 의료기기 분야 등 ‘너무나 많은 사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 약속을 적절히 충족하는 것이 계속해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USTR은 “미국인 노동자와 수출업자, 사업가들을 위해 ‘보다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국 측과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 계속해서 관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미FTA 개선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쟁점사안들을 열거했다.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철폐와 장벽 줄이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FTA 조건들의 개선 등이 그것이다.

한편, 한국의 통상수장인 김현종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수입산 철강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선별적 타겟(고율 관세 대상국) 12개국에 한국이 포함된 것과 관련, 워싱턴DC를 찾아 관세폭탄에 대응하기 위한 막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고율 관세 대상국에 포함된 중국에서도 시진핑의 경제책사로 중국의 경제사령탑이 된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이 워싱턴에서 주요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