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韓, 안심할 수 없는 이유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2-27 11:57 수정일 2018-02-27 16:35 발행일 2018-02-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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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 관세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하자”
트럼프 행정부 내 분위기…일률적 조치 반대·對中조치 필요·선별안 선호
중국산 철강수입 많은 韓, 선별적 타겟(초고율 관세)에 포함
한미FTA 폐기 주장 ‘나바로’ 위상 변화…보호무역 강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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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철강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AFP=연합)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장기집권의 길을 열려는 가운데 미국에서 또 다른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의 길을 예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나는 우리나라에 철강산업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면서 “만약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토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도 치러야 할 대가가 좀 더 생길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일자리(jobs)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뉴욕주식시장에서 미국 철강업체 US스틸과 AK스틸의 주가는 상승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 영향조사’에 대한 결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모든 국가에 일률적 관세 부과, 한국·중국 등 12개 국가에 초고율 관세 적용, 쿼터제(수입할당제) 등 3가지 무역규제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백악관은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실행할 무역규제를 철강의 경우 4월 11일, 알루미늄은 4월 1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상무부의 수입 철강 무역규제안 중에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가장 가혹한’ 방안을 원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광범위한 타겟(모든 국가)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에 의해 보다 선별적인 타겟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상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선별 관세(targeted tariffs)’가 3가지 옵션 중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수입 철강규제에서 핵심 동맹국의 반발을 부르는 일률적 ‘관세 폭탄’에는 반대하는 분위기이나, 중국이 미국 철강산업을 조직적으로 해쳐왔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중국산 철강수입이 많아 선별적 타겟(초고율 관세 대상 12개국)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는 한국의 철강산업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 선별적 타겟에 미국의 전통 우방인 일본·독일·대만·영국·캐나다 등은 빠져있고,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선별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 보호무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통상정책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은 한국의 입장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등을 주장해온 나바로의 구체적 역할은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우선 대통령 보좌관으로서 무역정책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진 나바로의 위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며, 그가 보호무역 공세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관측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 의해 제안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규제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에 우호적인 결정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