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버핏의 연례서한…“대규모 인수 필요”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2-25 11:11 수정일 2018-02-25 14:46 발행일 2018-02-26 17면
인쇄아이콘
부풀려진 가격으로 인수 보류돼
버크셔해서웨이, 125조원 규모 실탄 보유
“美 경제적 토양 여전히 비옥해”
‘트럼프 감세안’ 비판한 버핏, 감세안으로 지난해 31조원 수익
BUFFETT LETTER
워런 버핏(88)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2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9일 버핏이 뉴욕에서 포브스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AP=연합)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88)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은 매년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버핏은 버크셔의 실적 요약과 광범위한 금융 주제에 대해 주주들과 논의하기 위해 서한을 활용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서한에서 버핏은 ‘합리적인 가격’의 조건이 맞지 않아 대규모 인수를 보류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버핏은 지난해 검토한 모든 인수관련 이슈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거래를 찾지 못했음을 언급했다. 그는 저금리 환경에서 풍부한 저리 부채가 기업경영자들의 인수를 부추겼고 인수가격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버크셔는 지난 2015년 항공우주 제조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트를 32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대규모 인수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텍사스의 송전업체 온코를 90억 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려 했으나, 온코의 모기업이 버크셔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천연가스회사 셈프라에너지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불발되고 말았다.

대규모 인수작업이 보류되면서 버크셔는 현금과 단기채권 형태로 1160억 달러(약 125조 1000억 원)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일 년간 약 300억 달러 더 늘어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의 보유 현금 거의 전액이 미국 단기물 국채 매입에 투자됐다. 버크셔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중국이나 영국 등 강대국들보다도 많은 미국의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버핏은 “넘치는 자금을 보다 생산적인 자산에 재배치했을 때 우리의 미소가 더 넓어질 것”이라며 “주식이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면 장기적으로 채권보다는 주식이 덜 위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크셔가 소유한 애플 주식은 지난해 기준 282억 달러 가치에 달한다. 292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 지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 가치가 206억 달러로 세 번째로 높았고, 코카콜라(183억 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150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버핏은 서한에서 주가 변동과 목표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 매매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대상 기업의 비즈니스가 성공하면 결국 투자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주식 투자는 호황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도 유지했다. 버핏은 “미국의 경제적 토양은 여전히 비옥하다”고 했다.

서한은 버크셔의 지난해 순익이 653억 달러(약 70조426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운영으로 인한 수익은 360억 달러(약 39조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290억 달러(약 31조원)는 세법 개정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버핏은 설명했다.

지난해 버크셔는 대형 허리케인이 잇달아 미 대륙을 강타한 영향으로 보험 사업에서 고전을 했으나, 트럼프 감세안으로만 31조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사회 불평등을 심화한다며 트럼프 감세를 비판해온 버핏이 실제로는 이 정책의 큰 수혜자가 됐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