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별이 된 딸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걷는 아빠와 엄마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7-12-26 09:15 수정일 2017-12-26 09:16 발행일 2017-12-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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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1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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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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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1일, 꽃이 한 송이 졌습니다.

늘 성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33살에 유명을 달리한 김환희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부모님께 해외여행을 보내드릴 정도로 착실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죠.

최근 자전거를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조금 더 활기찬 생활을 기대하는 다짐이었을 테죠. 새벽 출근 길, 자전거를 타고 가던 환희씨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곧 뇌사판정을 받았습니다.

환희씨 부모님에게 의료진은 조심스레 ‘장기조직기증’을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무엇인지 그 때 알았다고 했습니다.

결정을 내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꽃을 채 다 피우지 못한 딸을 그냥 보내는 것이 더 안타까울 일이라고 했습니다. 가족은 ‘장기조직기증’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녀가 기적처럼, 마치 샘물처럼 다른 모습으로 살아나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환희씨의 폐장, 간장, 신장, 췌장, 안구, 조직은 새 생명이 되어 사회에 뿌려졌습니다.

그날은 비가 왔습니다. 부모님을 섬겼고 주변사람을 살뜰히 보살폈던 환희씨는 그렇게 별이 되어 하늘에 박혔습니다. 장례식장에는 그녀가 일하던 곳 아르바이트생까지 조문을 왔습니다. 그 자리를 찾은 모든 이는 영정을 보고, 또 보며 애도했고 숭고한 마지막을 기도했습니다.

부모님은 금쪽같은 자식을 잃었지만 허황한 마음은 들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딘 가에서 누군가의 가슴에 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삶을 버틸 힘이 된다고 했죠.

그녀가 떠난 후 부모님은 환희씨처럼 다른 이에게 기적 같은 생명을 선물하고 별이 된 기증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식 ‘아름다운 동행’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나란히 장기 조직 기증 서약에 동참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 부부에게 닥치더라도 딸처럼 ‘귀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환희씨에게 닥친 일은 분명 가족에게는 더 없이 큰 상실감이었고 슬픔이었습니다. 극복할 수 있을지, 평생을 괴로움 속에 살아갈지 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 테죠. 하지만 가족은 장기조직기증을 선택하며 그녀를 추모했고, 장기조직기증 서약을 하며 그녀와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故김환희씨의 명복을 빕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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