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5개의 기적을 만들고 하늘로 간 한솔이에게 -아빠가-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7-12-20 09:54 수정일 2017-12-20 09:55 발행일 2017-12-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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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솔1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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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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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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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내 사랑하는 한솔아! 누가 우리 아들 아니랄까봐 미술을 전공한 나와 네 엄마를 닮아 어릴 적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던 내 아들. 같은 길을 걷겠다는 네가 아빠는 참으로 대견하고 든든했단다.

항상 밝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우리 아들. 힘들고 지쳤을 법한데도 과제를 제출할 때 말할 수 없이 뿌듯함을 느낀다던 네가 그 곳에서는 마음껏 꿈을 펼치고 있는 지 궁금하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던 아들이었기에 ‘군 입대’를 앞에 두고도 아빠는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단다. 훌륭히 해낼 너를 믿었지.

그러던 네가 입대를 이틀 앞두고 쓰러졌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단다. 나와 네 엄마에게 하나밖에 없던 아들. 그 귀하고 귀하던 네가 왜 이런 병이 생긴 건지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지.

뇌출혈이라고 하더구나.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너는 아직 21살이었고, 우리가 함께 걸어 갈 인생이 너무도 길고 창창하게 남아있었거든.

우리에게 ‘장기기증’을 묻더구나. 평소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왔었는데 막상 나의 일로, 내 아들의 일로 다가오니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네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그리고 결심했지. 기증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에게 기적을 만들어 주자고.

특히 네 또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단다. 너와 비슷한 나이 아이들이 누워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다. 희망을 주고 싶었어. 그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단다.

그렇게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너는 5개의 기적을 선사한 후 하늘의 별이 되었지. 나의 품에서 한시도 놓고 싶지 않았던 네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갔다.

무섭진 않을지, 외롭진 않을지 걱정도 되었단다. 하지만 어디선가 5개의 기적으로 남아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단다.

엄마와 아빠는 네 빈자리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널 만질 수도, 안부를 물을 수도,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없지만 널 추억하기 위한 여행을 다니고 있어.

엄마 아빠는 아주 훌륭히 이 일을 해내고 있단다. 네가 우리에게 큰 행복이었듯 너의 부재가 큰 허전함이기 때문에 사실은 네가 보고 싶어 사무칠 때가 있지만, 잘 버티고 있어.

그럴 때마다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나중에 널 생각하며 쓴 글과 그림을 모아 책을 만들어 세상에 더 많은 빛을 뿌리고 싶단다.

한솔아. 창문을 열어 보니 흰 눈이 포근하게 내려 앉아 있네. 한솔이가 깨끗한 하루를 시작 하라고 뿌려 놓은 선물인 거지?

아빠는 비와 눈 내리는 날을 무척 좋아 했는데 요즘은 좀 우울하게 느껴졌었다. 이제 다시 예전같이 비가 좋아지고 눈을 기다리게 되겠지?

※ 2017년 10월 19일, 유한솔 군은 5개의 귀한 생명을 살리고 별이 되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한솔군의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늘에 있을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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