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17-12-19 18:30 수정일 2017-12-19 18:34 발행일 2017-12-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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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폭탄과 잇따른 악재, 향후 수출 실적 불투명

지난 3분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빅3 모두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4분기 국내 철강업계 전망 역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수출세 폐지에 따른 철강 공급과잉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전방위 규제로 인한 반덤핑 관세 폭탄까지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와 일본까지 합세한 반덤핑 공격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호실적에도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19일 코트라(KOTRA)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 8일 한국산 ‘철강제 관연결구류’에 대해 43.51~73.51%의 덤핑 차액률(관세 부과 예정치) 가결정을 내렸다. 가결정 대상 한국 기업은 19곳으로, 이번 가결정은 내년 3~4월께 최종 확정된다.

일본은 지난해 약 620만달러의 한국산 철강제 관연결구류 제품을 수입했다. 한국은 태국에 이어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 2위(지난해 16.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오는 28일까지 이번 조사와 관련한 의견 표명 및 증거 제출을 해야 한다. 만약 신청하지 않을 경우 높은 덤핑 마진율이 산정될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역시 자국 이해관계를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 선재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를 40.8%로 공지했다. 앞서 상무부는 포스코 등 한국 철강 선재 제조·수출업체에 10.0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4배로 올린 것이다.

최근 캐나다는 한국산 탄소·합금강관에 최대 88.1%의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다. 이번 세율은 내년 1월부터 캐나다가 수입하는 한국산에 부과되며 2022년까지 적용된다.

한국은 캐나다의 탄소·합금강관 수입 시장에서 1∼10월 4711만 달러(약 513억원)로 미국에 이어 2위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전체 1위였다.

잇따른 통상 규제에 철강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국 철강 업계 이해관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까지 맞물려 있어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중국이 수출세를 폐지하면 중국산 철강제품 공급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시장 전망 역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아제강이 미국 법원으로부터 전기료 특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업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반덤핑 관세와 관련 미 상무부는 실사를 거친 최종 결정을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인데, 이에 따른 결과가 철강업체들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심야 전기료 인상도 철강 업계 입장에서는 복병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15년 전력 소비 1위다. 포스코는 3위, 동국제강은 13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에 주요 수출국의 반덤핑 관세 폭탄 그리고 중국 수출세 폐지까지 악재가 겹쳤다”면서 “4분기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업계 내년도 전망이 불투명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