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관왕 나문희… 77세가 어때서!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7-12-13 16:49 수정일 2017-12-13 16:49 발행일 2017-1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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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기자

스크린에서 노년의 삶이 화두다. 가장 먼저 77세 여배우 나문희는 생애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연기한 그는 제1회 더서울어워즈를 시작으로 영평상, 청룡상, 디렉터스컷,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여성영화인상 등 여우 주연 6관왕에 올랐다.

나문희는 한 시상식 소감에서 “동료들도 많이 가고 저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됐다. 이렇게 늙은 나문희가 상을 받다니….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상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황혼의 수상소감과 기쁨을 토로했다.

영화의 원작자는 나문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졌다.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제한되는 역할 구분을 당연시하지 않았다. 이번 역할도 단순히 ‘피해자 할머니’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많다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푸근함과 너그러움을 가장 경계한다. 나는 예민하고 일에 있어서는 꼬장꼬장한 편”이라며 여배우의 아우라를 뽐내 왔다.

그래서일까. ‘아이 캔 스피크’ 캐릭터는 좀 더 나문희다운 결연함이 묻어난다. 극중 구청민원 할매 옥분은 젊은세대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성격이지만 남다른 잔정이 넘치는 캐릭터다. 무식하고 막무가내인 성격인 듯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주변을 챙긴다. 실제로 영화 홍보 활동이 끝나고 나문희는 고생한 홍보팀에 소소하지만 진심어린 선물을 했다고 전해진다. 무심한 듯 건넨 선물함에는 여자라면 한번쯤 선물받고 싶었던 브랜드의 립스틱이 담겨 있었단다.

대부분 70대 후반이면 인생의 황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나문희는 또 다른 시상식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저는 평생 ‘큐’ 소리를 들으며 연기해 왔다. 앞으로도 ‘큐’ 소리를 주는 감독님과 계속 연기하겠다”고.

이희승 문화부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