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지하철 성추행 이대로 괜찮나…①나는 지하철 성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7-12-04 07:00 수정일 2017-12-04 07:00 발행일 2017-12-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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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성추행1편_1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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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A씨, 9호선 파업과 기기 결함이 겹쳐 사상 최악의 지옥철(지옥+지하철)을 경험했습니다. 꾸역꾸역 휩쓸리듯 탑승한 지하철 내는 더 혼잡했습니다. 모두가 다 밀착되어 주머니에서 손을 뺄 공간조차 없었죠. 그 순간 A씨는 뒤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A씨에게 몸을 밀착하고는 하반신을 불필요하게 움직였던 겁니다. 불쾌했지만 고개도 돌릴 수 없는 혼잡도에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고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도리어 ‘예민한 사람’으로 찍힐 것이 염려되었고, 회사에 지각하는 것이 걱정이 됐죠.

대도시를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 혼잡도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탄력운용 등 다각도로 해결 방안이 모색되었지만, 효과는 미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성추행’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사람이 많은 공간’이라는 점을 방패로 삼아 버젓이 행해지는 겁니다.

지하철 내부나 역사 내에서 추행을 당한 후 바로 신고를 한다면 현행범으로 검거가 가능하지만 지하철 성추행을 경험한 대다수 시민은 “어떻게 신고를 할 수가 있겠냐”는 입장입니다.

“수치스럽고, 당황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신고는 생각도 안 났고요. 그냥 잠깐 참자하고 넘겼어요. 솔직히 무서워요”

“친구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을 때 바로 잡아서 신고하지 왜 참고 있느냐고 다그쳤는데 막상 제가 당해보니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고요”

“당해본 사람만 알아요. 그게 잘 안돼요. 신고? 하면 좋죠. 그런다고 잡힐 지도 모르겠고, 제가 남자를 어떻게 경찰이 올 때까지 붙들고 있어요”

“출근 시간 압박에 신고는 꿈도 못 꿨네요”

만약 바로 신고하지 못했더라도 역사 내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확인해 검거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0량 중 7량 이상은 CCTV가 설치돼있지 않습니다. 1·3·4호선은 한 량도 없었습니다.

“성폭력 범죄가 전체 지하철 내 발생범죄 절반 이상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범죄예방 및 증거확보 등을 위한 지하철 전동차 내 CCTV 설치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

CCTV는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을 당한 20대 B씨는 곧바로 CCTV를 확인한 후 범인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탄력운용, 배차 간격 조정 등으로 열차 내 인구밀도를 줄이고, 범죄 예방과 처벌을 위한 CCTV 설치에 만전을 기하는 대책을 포함해 더 나아가 ‘신고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하철만 타려면 심호흡을 하는 시민이 늘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출근 길’이 지옥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나만 참고 넘어간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 신고해주세요. 국번 없이 112에 문자로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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