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꾸며낸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이 사이버 세계에 침투했습니다.
유래가 된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는 유래만 됐을 뿐이지 주인공 톰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기 때문인데요.
리플리 증후군 환자는 일반적인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거짓말을 완전히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탄로 날까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더 위험한 거죠.
2015년 SAT 만점을 받은 미국 한인 여고생이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에 동시 입학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각 대학을 2년씩 다녀본 후 원하는 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제안했다는 거죠.
고교 재학 중 MIT에 응모한 논문 덕에 페이스북 창업자가 직접 스카웃했다는 소식과 스탠퍼드와 하버드 학위를 모두 딸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보도되었습니다.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사실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욕구를 충족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열등감’이 원인입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리플리 증후군이 발병하는 겁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게 되고 ‘공상허언증’이 이어지다 결국 범죄로 치달을 수 있죠.
20~30대 SNS에서는 허구의 자신을 만들어내는 이른 바 ‘SNS 리플리 증후군’이 새롭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20대 여성이 많은 이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미국 버클리대에 다니는 이 여성의 약혼자는 재벌 2세였고, 그녀는 결혼준비 과정을 계속 SNS에 공개했습니다. 거짓이었습니다. 여성이 올린 반지와 신혼집 사진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죠.
스스로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비교적 조작이 쉬운 SNS를 이용해 타인을 조종·통제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남을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특유 경쟁 문화가 SNS로 번져 경쟁적으로 게시물을 게시하며 “내가 더 잘 살고 있다”고 뽐내고 싶어 하는 겁니다.
우리를 망치는 것은 타인의 눈입니다. 남과 비교하며 누가 우위인지 끊임없이 신경 쓰는 사람은 평온한 생활을 할 수가 없죠.
사람의 불행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비교’다.
-영국 역사학자 토마스 풀러-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