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상권과 업종은 부부관계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7-11-01 07:00 수정일 2017-11-01 07:00 발행일 2017-11-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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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중견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K씨(58)는 2012년 당시 유행하던 육회전문점에 눈길이 쏠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몇 군데를 알아봤다. 가맹본부가 권유한 가게 입지는 서울 강북 도심에서 유동인구 많기로 유명한 관철동이었다. 현장을 가보니 주변에 육회전문점이 별로 없었다. 손님을 독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가맹본부가 가게를 보여준 당일 점포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개점 첫날부터 대박의 환상은 깨졌다. 김씨는 “오픈 첫날 주방설비가 도착하지 않은 데다 주방장마저 오지 않아 난감했다”며 “개점 이후에는 가맹본부 사람들이 잘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개점 후 하루 평균 70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벅찼다. 주점이지만 점심 메뉴까지 추가, 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한 달 매출은 2000만원을 밑돌았다. 결국 4개월을 버티다 투자비 2억2500만원을 겨우 건지고 가게를 넘겼다.

김씨의 두 번째 장사 아이템은 치킨이었다. 첫 번째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동네상권에 잘 먹히는 대중적인 업종으로 승부를 걸었다.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넉달 동안 발품을 판 끝에 서울 등촌동에서 원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투자비 1억원을 들여 66㎡ 규모의 치킨호프점을 열었다. “주상복합 건물 1층이어서 기본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길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있어 쇼핑을 마친 주부들의 눈에 노출이 잘 되는 곳”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었다. 주방쪽으로 문을 내 테이크아웃 손님을 받고, 매장 외부에는 테라스를 펼쳐 맥주를 즐기려는 손님들도 끌어들였다. 매출은 한달 500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 대비 이익률도 20%를 넘어섰다.

경남 의령에서 탄생한 메밀국수 브랜드의 대표 P씨는 부산·경남 지역에 가맹점망을 충분히 구축한 뒤 서울 진출의 꿈을 키웠다. 마침 투자자도 나타났다. 그는 서울 첫 점포를 낼 대상지로 홍대앞 상권을 고집했다. 상권전문가 L씨에게 의뢰, 직영점을 물색해달라고 부탁했다. L씨가 상권을 돌아본 결과 메밀국수와 갈비탕을 주력메뉴로 한 이 브랜드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퓨전음식 실험장이 된 홍대앞에 국수와 갈비탕이 설 자리는 없었다. P씨는 결국 수원, 용인 등 수도권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상권과 업종은 마치 부부관계와 같다. 궁합이 맞지 않으면 죽어라 고생만 하고 결국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상권과 업종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K씨의 경우처럼 아무리 황금상권이라도 빨리 손을 떼는 것이 좋다. 특히 상권과 업종의 궁합을 맞춰보는 것은 초보자의 영역이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초보자들은 부동산중개업소 몇 군데 드나든 후 점포임대차 계약을 맺고, 가맹본부 몇 군데 들러보고 자기가 선호하는 업종을 쉽사리 결정하곤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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