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한국에서 50년·100년 된 가게가 나오지 않는 까닭은?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7-10-18 07:00 수정일 2017-10-18 08:30 발행일 2017-10-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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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유통전문대기자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흔히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50년, 100년 된 양갱 가게나 우동 식당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역사를 자랑 한다는 맛집들을 찾아보면 고작 20∼30년이다. ‘우리는 왜 장인정신이 부족할까’ 의문을 가진 적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장신정신의 부족에서 찾는 것은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1991년 제정된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을 본떠 만들었다. 차지차가법의 대원칙은 모든 임차인을 약자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영세한 상인만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모든 임차인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법률인 것이다. 이런 정신은 차지차가법 제 28조 ‘상가임대차계약의 갱신 거절 요건’에 잘 나타나 있다. 건물을 빌린 임차인의 갱신 거절이나 해약 요청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정당한 사유’ 해석에서 일본 법원은 임대인에게 매우 엄격하다.

임대인이 건물 재건축을 위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에도 사전 통보 기간(계약 기간 만료 1년~6개월 전) 준수와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정당한 사유란 건물이 붕괴 상태에 이르러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만 허용된다. ‘임대료증감청구권’(차지차가법 제32조) 조항에서도 임대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임대료 증액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을 거쳐야 한다. 일본 상인들이 안심하고 대를 이어 장사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임차인을 보호하는 ‘차지차가법’과 임차인을 약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와 법원의 지원 덕분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3대를 잇는 라멘집’이나 ‘100년 전통의 우동집’이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건물주가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며 임차인을 내보내거나, 월세를 대폭 올려버린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환산보증금’ 규정 탓에 유명무실하다. 환산보증금 액수(임대차보증금+월세×100)를 넘는 점포의 경우 임차인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수년째 법을 개정하려고 시민단체 등이 몸부림 치고 있지만 획기적인 진전이 없다. 법을 고치는 국회의원과 법조인들 상당수가 상가를 소유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임대인의 탐욕을 탓하지 않고 장인정신의 부재를 나무라는 어리석음이 뒷골목으로 밀려난 장사꾼들을 멍들게 한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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