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20년만에 다시 황제가 된 고종…즉위식 재현

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7-10-15 10:56 수정일 2017-10-15 13:46 발행일 2017-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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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재현행사인 ‘대한의 시작, 그날!’을 진행하는 어가행렬 인원들이 14일 오전 덕수궁을 나서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검은색 근대 군복을 입은 인원들이 총기를 들고 대한문을 나서자 구경하던 20대 여성들이 “우와”라고 탄성을 질렀다.

서울시는 대한황실문화원과 함께 지난 14일 오전 덕수궁 및 서울광장에서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재현행사인 ‘대한의 시작, 그날!’을 진행했다. 행사는 크게 고천제, 고종황제 즉위식(등극의), 대한제국 선포식(반조의), 환구대제로 구성됐다.

덕수궁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가행렬 재현 인원 220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덕수궁의 대한문을 나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서울광장에서는 인원들의 구성, 성격에 대해 설명하는 사회자의 멘트가 한국어 및 영어로 나오고 있었다. 한영 멘트는 행사 내내 이어졌다.

재현 인원들은 먼저 조선 말기 임금이었던 고종이 황제에 등극했음을 하늘에 고한 고천제(告天濟) 의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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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재현행사인 ‘대한의 시작, 그날!’을 진행하는 문무백관 인원 및 관람객들이 14일 오전 ‘고천제’ 순서에서 ‘국궁사배’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관람객을 위해 긴 돗자리들이 마련됐지만, 미처 앉지 못한 행인들은 서서 지켜보았다.

관람객들은 고종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사회자가 고종황제의 증손자이며 대한제국황실 5대 수장인 이원 황사손을 소개하자,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도 일부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문무백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고천제에서 4번 절하는 ‘국궁사배’를 하자, 앉아있던 관람객도 동참했고 서 있던 행인들은 허리를 굽혔다.

이어진 등극의 및 반조의에서 이뤄진 ‘만세’ 외침에도 구경하던 사람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호응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환구대제는 명나라의 압력으로 세조 이후에 폐지되기 전까지 조선의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가적 제천의례였다.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부활한 바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 10월 둘째주 토요일에 환구대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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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재현행사인 ‘대한의 시작, 그날!’을 재현하는 인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팔일무’를 추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원 황사손 등이 가설 제단에서 의식을 거행하는 동안, 광장에서는 팔일무가 펼쳐졌다.

팔일무는 제례(종묘, 문묘제례)시에 가로와 세로로 각각 8줄씩 모두 64명이 추는 의식무용으로, 과거 황제국만 실시할 수 있었다.

오후 12시 30분쯤부터 길 건너 대한문으로부터 친박 집회의 소음이 들려오자, 제단 및 광장에서 이뤄지는 의식에 집중하던 관람객들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행사에 대해 시민들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광장 돗자리에 앉아있던 박모씨는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도심에 나왔는데 이런 의미있는 행사도 해서 어른들에겐 볼거리가 되고 아이한테도 교육적인 것 같다”며 데리고 온 아이들을 가리켰다.

이제는 대한제국 황제
이원 황사손(가운데) 등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재현행사에서 황제즉위식을 하고 있다. (연합)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