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추석 연휴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7-09-29 07:00 수정일 2017-10-24 22:27 발행일 2017-09-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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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추천 도서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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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석 연휴 시작이다. 즐거운 명절이지만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다. 밀린 잠을 자거나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잠시, 자신만을 위해 천고마비의 계절다운 독서의 바다에 빠지는 것은 어떨까. 지식은 쌓이고 내면은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자들이 읽어야 할 소설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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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 민음사 | 13000원 (사진제공=민음사)

곧 30만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작품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공감대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책의 저자인 조남주 작가는 일상 속에서 쉽게 보거나 만나던 상황들이 가진 비극을 아우른다. 

소설 속에서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넷 김지영이 시댁 모임에서 친정 엄마로, 남편의 첫사랑으로 빙의되는 증상을 보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녀의 정신과 의사가 상담내용을 기록한 내용으로 서술되는데 직접 읽어 보기 전까지는 다소 뻔한 내용이다. 

여자로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나 누나, 여동생으로 자라 한 남자의 아내, 며느리가 되면서 겪는 이야기들은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과 함께 놀라울 정도로 흡입력있게 펼쳐진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82학번과 82년생, 그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도 메우지 못한 ‘대한민국 여자의 인생 보고서’를 읽다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 시대의 여성은 여러 모로 고달프고 희생하며 살아온 부류다. 

‘82년생 김지영’은 공감이나 넋두리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여자여서’가 아니라 ‘여자니까’ 견뎌낸 순간들을 기억하라며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적어도 누군가는 그 변화에 맞서 싸우라고 용기를 내게 만든다.

◇만화여서 다행이야  ‘황혼유성군’

황혼유성군
히로카네 켄시 글·그림 | 서울문화사 | 각 4500원 (사진제공=서울문화사)

사랑의 정의를 놓고보자면 ‘황혼유성군’은 비도덕에 가깝다. ‘시마과장’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히로카네 켄시의 새로운 단편모음집인 ‘황혼유성군’은 중년층의 심리를 사랑으로 풀어낸 만화다. 

‘추석에 만화라니’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중년 남녀의 뜨거운 성생활이 거침없이 그려져 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이 만화가 소설로 나온다면 자그마치 44권짜리 대작을 어떻게 읽었을까 싶을 정도다. 일본 사회가 노령사회로 접어든 1995년부터 연재된 작품으로 황혼에 접어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유형을 담았기에 내용은 SF, 스릴러, 드라마, 에로, 판타지를 넘나든다.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들은 첫사랑을 끝까지 간직하고 연인에게 배신당하며 죽기를 각오하다 새롭게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잘 나가는 회장과 그의 첩으로 20년 넘게 산 긴자 마담이 등장해 부부보다 더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거나 다가오는 미래 안락사를 준비하는 노인들이 쾌락사를 하기 위해 약을 구입하는 이야기도 있다.

‘황혼유성군’의 재미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계속 된다는 데 있다. 부부 스와핑을 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오해를 넘어 더 돈독한 관계를 다지기도 하고 평생 몰랐던 혼외자식이 등장해 새로운 가족이 되는 등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인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가늠조차 힘들다. 별은 하늘에 박혀 있을 때보다 떨어질 때 더 환한 밝기로 온몸을 불사른다. ‘황혼유성군’은 황혼에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사랑의 온도를 말한다.

◇가을야구 없이는 겨울은 없다 ‘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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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코페트/이종남 역 | 황금가지| 18000원 (사진제공=황금가지)

오는 10월 5일부터 2017 KBO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3월에 시작된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끝나고 시작되는 ‘가을야구’는 부산 팬들이 처음 부르기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상위팀끼리 격돌하는 포스트 시즌은 4, 5위를 가르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최종 승자와 리그 1위 팀이 7전 4선승제로 이뤄진다.

그 쫄깃한 승부를 즐기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바로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거란 예상과 달리 야구를 몰랐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스포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릴 수 있다. 바로 야구야 말로 ‘예술’이라는 결론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야구는 운동이지만 사실은 과학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깨닫는다. 하지만 야구에 빠질수록 이 경이로운 스포츠는 예술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는 것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야구인들의 필독서로 인정받아 온 저력은 매 문장마다 빛을 발한다. 야구의 본질을 심도 있게 파헤치면서 야구를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각도와 범위를 키워 주는 ‘야구 철학’은 정치·문화 분야를 넘나든다. 미국 최고의 야구 전문 기자가 쓴 야구 입문서 답게 이 책의 두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3㎝ 두께를 다 독파할 무렵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즐거움을 평생 즐길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