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말로는 못할 게 없다! 말의 힘 역설하는 신간들, ‘악마의 대화법’ ‘서클의 힘’ ‘결정적 말실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9-22 07:00 수정일 2017-10-24 22:29 발행일 2017-09-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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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우는 '말로 천냥 빚 갚는 법' 전하는 신간들 동시 출간, ‘모든 변론에서 이기게 해주는 악마의 대화법’ ‘결정적 말실수’ ‘서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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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거나 ‘입살이 고살’ ‘혀 밑에 도끼가 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 …. 말에 대한 명언이나 속담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말’이 가지는 힘은 대단하며 양면성을 지니기도 한다. 

‘말로는 못할 것이 없다’는 옛말이 고스란히 활자화된 책이 연달아 출간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모든 변론에서 이기게 해주는 악마의 대화법’ ‘결정적 말실수’ ‘서클의 힘’은 말로 관계를 망칠 수도, 창조적 변화를 이끌 수도, 누군가를 설득할 수도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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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대화법 | 자오좐우 지음 | 도서출판 이터 |1만 5000원(사진제공=이터)

‘악마의 대화법’은 ‘모든 변론에서 이기게 해주는’이라는 부제에 명확한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는 교육업체 캉커(康克)그룹 회장 자오좐우(趙傳武)다.

그는 루쉰(魯迅)의 소설 ‘아큐정전’(阿Q正轉) 중 어리석고 무지한 아큐가 ‘비구니와 중놈의 사통’ 등의 궤변을 어떻게 ‘완판승’으로 이끄는지, 초나라 대부 등도자가 송옥에 의해 어떻게 호색한으로 내몰리는지 등을 예로 들며 논리의 중요성과 말의 힘을 전한다.  

전세계 정치인, 마케터, 비즈니스의 달인, 협상의 귀재 등이 활용하는, 그야 말로 ‘악마의 대화법’이다. 
책은 오롯이 ‘논리’에 집중한다. 서문 ‘논리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려라’부터 ‘상대의 논리부터 파악하라’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 속에 숨음 함정들’ ‘질문의 기술, 진실은 논리 뒤에 숨어 있다’ ‘설득의 논리, 논리는 사고방식을 바꿔놓는다’ ‘신뢰할 만한 논리여야 싸움을 이어갈 수 있다’ ‘비밀과 논리, 논리적으로 폭로하는 법’ 등 총 6개로 구성된 장의 제목만으로도 책의 논지는 분명하다. 
 
책에는 에둘러 말하는 논리의 시작부터 순환논증·전건부정·유도성 발언·모순전제·거짓말·동정심·소문 등 날을 세우고 지켜봐야할 함정들, 최고의 전략을 위한 질문법과 설득법 등 일상에서 배우는 논리학으로 즐비하다. 논리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 말의 고수로 이끄는 ‘악마의 대화법’ 근간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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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말실수 | 박진영 지음 | 라의눈 | 1만 3000원(사진제공=라의눈)

‘결정적 말실수’는 실수에서 배우는 소통법을 다룬다. 

책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이어진 동독 정부 대변인의 실언, 일본의 요시다 총리를 물러나게 한 말실수, 2012년 올림픽 개최지가 파리가 아닌 런던이 되게 한 대통령의 농담 등으로 도래한 엄청난 결과들을 근거로 ‘사소한 말실수’에 대해 경고한다.

저자는 KBS광주·교통방송 등의 아나운서 출신의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다. 

실언을 ‘입에서 나온 화살’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정치·경제·문화·사회 등의 현상을 예로 들며 실언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수습하는 법까지를 7개장에 담았다. 

2009년 NBC ‘투나이트쇼’에 출연한 오바마의 실언, 한국인들의 거친 언어습관, 공연 중 “다리를 벌려 달라”던 유희열의 성희롱에 가까운 말실수, 존 갈리아노가 크리스천 디올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반유대주의 발언 등부터 “100살까지만 사세요” 등 일상적인 언어가 품고 있는 오류까지를 아우른다.

잘 말하기 보다 말실수를 줄이라는 주제를 강조하다보니 원론적인 정의 내리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6, 7장에 축약된 경청과 공감, 부정보다 긍정, 비판·추궁 보다 제안 등에 근거한 말하기의 중요성과 실언에 대처하는 진성성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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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의 힘 | 크리스티나 볼드윈 , 앤 리니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1만 7000원(사진제공=초록비책공방)

‘서클의 힘’은 둥글게 앉아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협력적 대화법에 대한 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일주일 평균 회의 횟수는 3.7회, 시간은 51분이며 한국 직장인 회의 만족도는 45점이다. 

책은 상명하달, 강압적, 불필요함 등이라 표현되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투명인간(발언 없는 구성원) 등을 양산하는 한국 회의 문화에 필요한 소통법을 제안한다. 

피어스피릿 서클 프레세스의 공동 창안자 크리스티나 볼드윈과 집단의사소통을 돕는 퍼실리테이터 앤 리니아가 공동으로 꾸린 ‘서클의 힘’은 서클의 기원부터 부부·가족·이웃·지역공동체 등 일상적인 관계에서 활용하는 방법까지를 총망라했다.

4부, 12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말하는 ‘서클’은 언제 어디서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강력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서클 프로세스는 세 가지 원칙과 행동수칙을 바탕으로 직장·학교·평생학습 프로그램·군대 등 조직에 유용한 협력적 대화법으로 제안된다. 책은 원론 설명, 진행방법, 다양한 사례와 그 결과를 통해 서클 프로세스가 어떻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지를 꼼꼼하게 짚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