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추석 알리는 벌초, 무리하면 척추 질환의 시작

박병모 자생한방병원 총괄병원장
입력일 2017-09-19 07:00 수정일 2017-09-19 07:00 발행일 2017-09-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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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자생한방병원 총괄병원장

해마다 이맘때면 벌초객들이 산으로 들로 모이기 시작한다.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주위를 정리하는 벌초는 굉장히 고된 작업이다.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산을 올라야 하고 상체를 숙인 채 쉼 없이 갈퀴질을 해야 한다. 조상님을 뵈러 갔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척추 질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 질환으로 인한 월평균 진료 인원은 약 66만8000명이었다. 이 중 추석이 있는 9~10월 월평균 진료 인원은 약 138만5000명으로 다른 달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추석이 있는 가을에는 벌초와 장거리 운전뿐만 아니라 각종 명절증후군 등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는 말이다.

특히 장시간 반복적인 움직임이 많은 벌초는 척추와 무릎 등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벌초에 쓰이는 예초기와 낫, 갈퀴 같은 장비는 대부분 상체를 숙인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평소에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갑작스럽고 반복적인 노동으로 근육이 긴장돼 급성염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환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이면 허리 사이의 압력이 증가해 디스크가 돌출되고 이로 인해 신경이 압박받기 때문이다.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부실한 사람들도 무리한 작업을 피해야 한다. 잡초를 뽑기 위해 쪼그려 앉으면 무릎 관절의 압력이 높아져 통증을 유발한다. 산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치는 일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복 노동이나 낙상으로 인한 통증에는 냉찜질을 실시한다.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통증 부위에 대고 10~20분 정도 마사지를 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된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 된다면 온열찜질을 실시해주는 것이 좋다. 핫팩을 사용해도 좋고 상황에 따라 수건을 뜨거운 물에 적셔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이나 침 치료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킨다. 한의사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비뚤어진 관절과 뭉치고 굳은 근육을 바로 잡는 추나요법과 인체의 기혈 순환을 조절하는 침 치료로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본격적인 벌초 전 간단한 준비운동만으로도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벌초 작업 중에도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벌초에 앞서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한다면 추석 전에 병원을 찾는 불상사는 줄어들 것이다.

박병모 자생한방병원 총괄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