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책]맛집, 쿡방, 먹방, 먹스타그램 등 과식의 시대, 역사가 짓고 칼럼니스트가 차린 밥상! ‘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8-25 12:45 수정일 2017-10-24 22:41 발행일 2017-08-25 99면
인쇄아이콘
x9791133461189
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 황광해 지음 | 하빌리스 출판 | 1만 4000원(사진제공=하빌리스)

맛집 추적, 요리하는 쿡방, 경쟁하듯 먹어대는 먹방, 그날 먹은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먹스타그램(먹는 것+인스타그램) 등 먹거리를 과소비하고 과시하는 과식의 시대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로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기록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승정원일기’, 연암 박지원의 중국 기행문집 ‘열하일기’, 이규경의 60권짜리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책 ‘음식디미방’ 등 옛 문장과 그림 속에서 찾은 우리네 먹거리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고전에서 찾은 일상이자 역사이기도 한 먹거리에 대한 소회를 전하는 에세이 ‘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그 먹거리에는 시절과 그 시절 사람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겼으니 식사(食事)이자 ‘식사’(食史)다.

저자는 기자 출신의 맛칼럼니스트 황광해다. 책은 곡식穀, 고기肉, 생선漁, 과채果菜, 향신 香辛, 사람人 등 6개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의 이야기는 옛 문장과 그림에서 발췌하고 본 것에서 시작해 풀어간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위로가 됐던 수반(물에 만 밥), 서민음식으로 알려진 냉면과 만두에 얽힌 왕 이야기, 한국 최초의 외국계 만두전문점 쌍화점, 달단·화척·백정에서 찾은 한반도 쇠고기 문화, 그 맛이 궁금한 고구마 소주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6장 ‘사람人’이다. 피와 술 중 무엇이 더 진할까를 고민하는 술꾼, 차와 술을 데우는 도구였던 신선로, 주막의 유래, 대한제국 시기 기생집 안주 가짓수에서 기인한 12첩 반상, 증류 횟수에 따라 구분되는 소주와 환소주, 중국배의 해산물 약탈에서 기인한 ‘중국 막가파’, 역사의 한 획이 된 다산 정약용의 천렵 등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풀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