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脫중국"…게임업계, 이제 美·日서 '성공신화' 쓴다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7-08-10 09:39 수정일 2017-08-10 15:28 발행일 2017-08-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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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에 해외진출 전략수정 나서
넷마블·와이디·블루사이드 등 속속 신흥시장 진출
북미·유럽서 대박친 '배틀그라운드'·'검은사막'도 성공사례
넷마블_7월 22일_일본에서 열린 요새전 대회 풍경 (1)
지난 7월22일 일본에서 열린 리니지2 레볼루션 요새전 대회 풍경 (사진제공=넷마블)

국내 게임업체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 피해와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 등에 국내 게임업체들이 짐을 싸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에서 눈을 돌려 일본, 북미, 러시아 등 수출선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게임‘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을 오는 23일 일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한다. 이번에 일본에 선보이는 레볼루션은 일본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재개발됐다. 현재 일본에서 레볼루션 사전등록 참가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넷마블은 4분기 북미 유럽 시장에 레볼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와이디온라인 역시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블리치’(BLEACH)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라인 블리치 파라다이스 로스트’(이하 라인 블리치)를 올 하반기 일본에 출시할 계획이다. 라인 블리치는 원작의 높은 인지도와 라인의 서비스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세계 3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다.

넥슨은 온라인 신작 ‘로브레이커즈’(LAWBREAKERS)를 7일 출시하고 북미 게임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로브레이커즈는 북미 개발사 보스키 프로덕션이 개발한 5대5 팀 대전 온라인 FPS(1인칭슈팅) 게임으로, 다수의 인기 게임시리즈를 총괄한 스타 개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신작이다. 넥슨 측은 로브레이커즈 출시를 기점으로, 현재 전체 1조9000억원 매출 중 약 4%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의 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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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초 ‘킹덤언더파이어2’ 러시아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제공=블루사이드)

블루사이드는 온라인 게임 ‘킹덤언더파이어2’의 러시아 비공개 테스트를 3분기 말 진행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현지 홍보에 나섰다.

지난 3월 블루사이드는 러시아 최대 퍼블리셔인 이노바(INNOVA)와 킹덤언더파이어2의 유통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노바는 한국의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포인트 블랭크‘ 등을 서비스했던 러시아의 유명 퍼블리셔다.

이처럼 국내 게임업체들이 ’탈(脫)중국‘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올해 3월 이후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서 신규 판호를 한 건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사실상 중국 시장 진출길이 막혔서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권한으로, 판호 없이는 중국 내 게임 신작을 출시할 수 없다.

여기에 블루홀의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등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는 등 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배틀그라운드는 북미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최근 판매량 600만장에 누적 매출 1억달러(한화 약 1120억원)를 돌파했고 스팀에서 최고 인기 제품 순위 1위, 동시 접속자 순위 3위(48만명)를 기록했다. 검은 사막 역시 지난해 북미·유럽에서만 4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서머너즈워 등은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자, 롤모델이 되고 있다”며 “사드보복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를 벗어난 게임업체들의 시장다변화 의지와 정부의 지원정책은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