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상파, 한심한 '케이블 따라하기'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7-07-30 16:40 수정일 2017-07-30 16:42 발행일 2017-07-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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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우리는 왜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합니까?”

2010년 Mnet ‘슈퍼스타K’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당시 MBC 김재철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이다. 사장의 말 한마디에 MBC는 뚝딱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냈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들의 기획을 보면 마치 7년 전의 데자뷔인 것 같아 흠칫 놀라곤 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한 ‘프로듀스101’, ‘아이돌 학교’의 폭발적인 인기에 놀란 지상파 방송사들이 부랴부랴 아이돌 오디션을 선보인다.

KBS가 10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더 파이널 99매치’는 아이돌 가수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겠다는 콘셉트다. 업계에서는 ‘더 파이널 99매치’가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한동철PD가 하반기 선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콘셉트와 출연진이 겹치니 아이돌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단다. MBC 역시 11월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 ‘아이돌’ 출연경쟁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지상파의 케이블 따라잡기는 비단 아이돌 오디션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상파 채널은 최근 시청률이 저조한 주중 미니시리즈 다시보기 특집 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케이블 채널의 재방송 편성을 따라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프리미엄 CM’이라는 이름으로 뻔뻔스럽게 내보내는 중간광고는 어떠한가.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프리미엄 CM’을 도입했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따라하고 싶다면 그들의 참신한 기획력을 본받아야 한다. 연속편성, 중간광고, 이미 남이 선보인 기획 따라잡기로는 케이블 채널을 따라잡을 수 없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