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과거에서 배워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하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스펜서 존슨을 기리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7-14 07:00 수정일 2017-07-14 09:01 발행일 2017-07-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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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이 변했어”와 “변화를 즐겨라”. 

두 말이 주는 뉘앙스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세월의 흐름이나 트렌드 변화에 대한 한탄 혹은 남은 삶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인정과 도전 등 변화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이 같은 사실을 일깨웠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 1998)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Patrick Spencer Johnson)이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췌장암에 의한 합병증으로 지난 3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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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건축가이자 투자자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영국 왕립외과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과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에서 의료 사무원으로 일하던 의사였다.

의사로 살면서 영혼의 결여로 질병을 앓는 환자의 내면을 고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는 작가로 전향했다. 

실제로 그는 전세계적으로 2800만 판매부수를 기록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비롯해 한 젊은이가 1분 경영자를 만나 스스로 1분 경영자가 되는 과정을 따르는 ‘1분 경영’(The One Minute Manager, 1982), 소년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화로부터 얻은 현재를 살아가는 ‘선물’(Present), 존과 프랭크 아저씨의 행복론을 담은 ‘행복’(One Minute for Yourself) 등으로 많은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꼬마인간 햄과 허를 주인공으로 한 미로 속 치즈 찾기 우화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로에서 치즈창고를 찾았지만 그 현실에 안주한 꼬마인간들과 변화를 인지하고 예측해 대안을 모색한 생쥐들의 차이는 엄청났다.

 

이후 스니프와 스커리가 떠나고 남은 햄과 허, 둘 역시 변화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는 달랐다. 뒤늦게라도 변화를 깨닫고 대안을 모색하며 스스로도 변하기 시작한 허와 현실에 안주하다 못해 과거에 집착하고 새로운 것을 고집스럽게도 거부하는 햄의 삶도 전혀 달라진다. 스스로 깨닫는 데 그치지 않고 대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변화와 누군가의 종용으로 인한 변화 역시 다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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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앤드 밸리.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 사실은 ‘누가 치즈를 옮긴 건 맞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야할 책의 제목이 내포한 핵심은 변화의 본질 인식과 행동이다.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허는 지금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살아간다.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 뿐 아니다. 그의 책 대부분이 과거에서 배우며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하라 조언하고 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화로 실질적인 경영비법을 전하는 ‘1분 경영’이 그랬고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말하는 ‘선물’이 그랬다.

나, 너, 우리 속에서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전하는 ‘행복’, 보다 나은 결정을 위한 지침서 ‘선택’(Yes or No), 금융위기로 절망에 빠진 이들을 일깨우던 최근작 ‘피크 앤드 밸리’(Peaks&Valleys)도 그랬다. 

존슨 역시 세상의 변화에 민감했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한 작가였다. 그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작가들은 자신들이 쓰고 싶은 책을 쓰지만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을 쓰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출판철학을 밝혔다. 이어 2000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나에게 책을 쓰라고 한다”며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이야기 속 캐릭터에서 자신을 발견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과거로부터 배워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하라’고 독자들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강변했다. 그리고 그 주장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이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출간한 뉴욕 소재의 출판사 GP Putnam‘s Sons 회장 이반 헬드(Ivan Held)의 증언(?)으로도 알 수 있다.

“스펜서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우화를 만들었죠.”

우리는 그런 그를 잃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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