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말기 분리공시제 '반쪽'은 안된다

선민규 기자
입력일 2017-07-06 15:27 수정일 2017-07-06 15:28 발행일 2017-07-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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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선민규 기자
선민규 산업부 기자

단말기 분리공시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근거로 ‘절대 반대’를 외치던 삼성전자가 “정부가 정책으로 정하면 따르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분리공시 도입을 위한 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아직 장애물이 남았다. 분리공시를 도입하되 어느 범위까지 도입하느냐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고 있다. 한쪽에선 공시지원금만 공개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공시지원금 외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공시지원금만 공개하는 범위의 분리공시를 주장하는 쪽에선 장려금 규모까지 공개할 경우 마케팅 전략이 노출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통신업계는 판매 장려금을 조정해 단말기 판매를 조율한다. 유통점의 판매 장려금이 소비자에게 추가 지원금 형태로 지원돼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업계의 마케팅 전략이란 어떤 단말기에, 어느 시점에, 얼마를 장려금으로 책정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셈이다.

분리공시의 도입 취지가 단말기 가격에 포함된 ‘마케팅 거품’을 없애자는 내용임을 떠올리면 숨어있던 문제가 드러난다. 자칫 분리공시에 찬성하지만 마케팅 거품을 ‘많이’ 줄이는 데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분리공시 찬성은 쉽지 않을 결정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분리공시 도입 이후 출고가가 인하될 경우 즉각적인 매출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공시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국민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혹여나 작은 욕심으로 ‘통신비 부담 완화’에 동참한다는 좋은 취지가 퇴색되지 않길 기대한다.

선민규 산업부 기자  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