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컨소시엄, 도시바 반도체 인수 성공… 최태원의 한수 통했다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6-21 17:21 수정일 2017-06-21 17:25 발행일 2017-06-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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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와 미국 베인캐피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의 주요 주주로 포함돼 도시바 반도체 이사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도시바가 강점을 보이는 낸드 메모리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는 이사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일 연합이 가치 측면은 물론 임직원 고용 승계, 민감한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등에서 가장 좋은 제안을 내놨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최종 매각대상자 확정은 오는 28일 진행되는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주총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 간에 매각을 위한 세부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28일 최종 인수자로 한미일 연합을 낙점하고 기존 계획대로 내년 3월 말까지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의 손을 들어준 데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는 진영이었다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경영진이 도시바메모리 지분의 49%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지분 역시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기업들이 나눠 보유하는 형태로 인수를 제안하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크게 덜 수 있었다.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은 결국 일본 정부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브로드컴 진영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인수 직후 도시바메모리를 전매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해 온 일본 정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도시바와 반도체 공장 운영에 협력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 절차를 방해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앞서 독점교섭권 등을 요구하며 도시바와 단독 협상을 진행해 온 WD는 협상이 불발되자 최근 미국 법원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